아침과 저녁이 다른 게 민심이다.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 권력의 오만과 폭주는 민심을 잃는 지름길이다. 권력에 취해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그들만의 세상을 고집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문재인 정권이 그랬다. 그 전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정권을 잃는 과정은 닮은꼴이다. 지지율이 높다고 과신하면 안되는 이유다.
올해 초만해도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서 과반의석을 얻을 거라는 데 이의를 단 사람은 없다. 그만큼 유리했다. 여권은 내부 갈등으로 자멸하는 분위기였다. 30%대 초중반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오죽하면 집권당 대표를 9개월여 만에 바꿨을까.
민주당은 이런 압승 분위기에 취했다. 총선 때까지 어어질 것으로 낙관했다. 여당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다수가 조소를 보낸 이유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장도 평가절하했다. 반짝했다 사라질 바람으로 봤다. '윤석열 아바타'라는 공격으로 금세 사라질 것으로 여겼다. 자당 의원들이 탈당하고 유력한 대선주자가 신당을 만들어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친명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한 배경이다. 그만큼 자신만만했다.
이런 오만이 화근이었다. 한동훈 위원장 등장 후 총선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총선이 대등한 게임을 넘어 여당에 유리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 야당이 장악한 한강벨트와 낙동강 벨트가 흔들리고 있다. 두 곳은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다. 여당은 낙동강 벨트 탈환을 위해 중진들을 속속 투입했다. 한강벨트에도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배치하고 있다. 여당의 승부수가 먹히는 분위기다. 여당 후보가 앞서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 달 전과는 완전 딴판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처한 입장과 리더십의 차이다. 한 위원장은 가진 기득권이 없다. 총선에 출마도 하지 않는다. 금배지 달 일이 없다. 총선 후 훌훌 털고 떠나면 그만이다. 만약 여당이 승리한다면 한 위원장에게 여권의 힘이 실릴 수 있다. 윤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부인했지만 미국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대선은 3년 넘게 남았다.
이 대표는 다르다. 온통 기득권이다. 당장 마음만 먹으면 선거룰조차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거대 야당 대표다. 40여명의 계보 의원들을 거느리고 당을 장악했다. 모든 걸 가졌지만 마음대로 안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사법리스크다. 그는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방탄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할 이유가 넘쳐난다.
이런 차이는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은 빚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이기는 공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조차 컷오프 됐다. 김무성 전 대표같은 원로는 스스로 출마를 포기했다. 중진 의원들은 험지 출마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당의 공천이 감동은 없지만 야당에 비해 낫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민주당의 공천은 거꾸로 간다. 기득권을 지켜야 하는 이 대표는 친명계를 칠 수 없다. 측근들의 헌신과 희생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비명계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다. 역풍이 불더라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총선 승리가 아니다. 충성심 강한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이재명당이다. 시법리스크에서 자신을 보호할 방탄당이다.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당내 반란표로 통과된 트라우마를 떨칠 수 없다. 총선서 이기면 좋겠지만 져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재명당에서 차기를 준비하면 된다.
민주당의 선거 패배 위기감이 커가고 있다. 김부겸 정세균 총리와 원로들까지 나서 시정을 요구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이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 마이웨이다. 이 대표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카드다. 친명공천을 완료한 뒤 대표직을 던지는 것이다. 친명공천을 통해 이재명당은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이상 대표직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몇달 쉬었다 복귀하면 그만이다. 이 대표는 사퇴카드로 국면을 바꾸고 책임론을 비켜갈 수 있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판단은 국민 몫이다.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