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면서 의료공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개월간 기다린 수술이 연기 또는 취소됐다고 통보 받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앞둔 가운데 의사들이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공백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것은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병원 등 필수의료 핵심인 수도권 대형병원들이다. 이들 5개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의 논의를 거쳐,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광주·전남 3차 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의 상당수 전공의도 '개별 사직' 형태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무단결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선 병원들은 수술 연기, 조정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 달라고 공지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했을 때를 고려해 수술과 입원 조정, 대체 인력 배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병원들은 제한된 인력을 응급·위중한 수술에 우선 배치한다는 방향을 세웠다.
정부는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리며 의사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하면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공의들이 수련 과정을 밟는 전국 221개 병원 전체에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가 출근을 안 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발령한 뒤 위반 시 법적 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과 10년 안쪽에 닥쳐올 현실이다. 전문의를 배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의대정원 확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원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의료체계 혁신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필수의료 의사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게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 필수의료에 고난도, 고위험 요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공공정책 수가 체계를 확대해 추가 보상하겠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와 4대 필수의료 패키지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정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바라보며 흔들림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 등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