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당시)을 환송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018년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당시)을 환송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한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수립을 전격 발표했다. 북한의 반발과 방해를 의식해 예고 없이 한밤에 깜짝 발표됐다. 영사관계 수립같은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기로 했다. 정부는 조만간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후속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로써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고, 한국이 아직 수교하지 않은 유엔 회원국은 시리아 한 나라만 남게 됐다. 15일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쿠바 수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교는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 관측 대로 분명히 북한의 충격은 클 것이다. 쿠바는 북한과 오랜 세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려 왔다. 쿠바는 1959년 혁명 이후 남한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북한과 손을 잡았다. 이후 양국은 반미(反美)와 사회주의를 매개로 긴밀히 밀착해 왔다. 따라서 쿠바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의 미수교국으로 남아있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쿠바 역시 전향적 태도를 보였으나 선뜻 응하지 못했다. 바로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쿠바는 이념보다 경제 협력 등을 택했다. 북한 입장에선 최근 이란과 우간다 등 기존 우방까지 속속 돌아선 터라 이번 수교에 따른 고립감은 엄청날 것이다. 반면 우리의 외교 지평은 넓어졌다.

이번 수교로 북한은 더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된 모양새다. 재외공관이 하나둘 폐쇄되는 가운데 '형제국가'까지 한국과 수교를 했으니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지난해 초 53개였던 북한의 재외공관은 1년 사이 44개로 감소했다고 한다. 무모한 핵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은 핵 고립이냐 생존이냐 갈림길에 섰다. 쿠바마저 한국 편이 된 이유를 돌아보라. 김정은의 현명한 선택만 남았다. 신냉전 외교 실패를 인정하고 국제사회가 내미는 대화의 손을 잡아야 한다. 이것이 쿠바 수교가 김정은에 던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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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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