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적자에도 임금 인상 갈등
LG엔솔 트럭·1인 시위로 시끌
현대차·기아 일부 계열사도 요구
"성과급 지급 기준 명확히 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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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에 '성과 없는 성과급'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작년 한해 15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우 근로자 측이 올해 최소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차·기아 일부 계열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었는데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기아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 중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파업 카드까지 꺼내고 있어 사회적 비용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회사 곳간이 비었는데도 더 털어 '보너스'를 달라는 데 대해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사실상의 호봉제 급여체계를 바꾸고 성과급 지급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 대표 교섭권을 가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노조)과 올해 임금 인상률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본 인상률을 올 예상 물가상승률 수준인 2.5%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사협의회는 5.74%, 노조는 8.1%를 각각 요구, 입장차가 크다. 노조 측은 단체행동을 위한 쟁의대책위원회도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3월에 임금 협상을 마무리하지만, 노사 간 견해차가 워낙 커 5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15조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2022년 기준 1인당 평균 임금 1억3500만원에 반도체 임직원 수 7만3000명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반도체 부문의 연간 인건비만 10조원에 달한다. 노조 요구대로 8%를 더 올린다고 가정하면 8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

올해도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의 적자 지속으로 반도체 사업의 흑자 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임원들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의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총연봉 재원의 증가율로, 기본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진다.

다른 대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은 익명 모금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오는 29일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3.5톤 트럭과 스피커를 이용한 1인 시위를 열고 있다. 작년 기본급의 870%가 지급됐던 경영성과급이 올해 전체 평균 362%로 낮아진 데에 대한 반발이다. 회사 측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는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사업목표 수립부터 성과 지표로 반영하지 않았고, 반영하더라도 목표대비 달성도 기반의 성과급 지급 기준상 성과급은 동일하다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기아도 성과급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사측에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부터 특별성과급을 지급해오고 있는데 올해는 얼마나 얼마나 줘야 할지 고민이다.

게다가 계열사 노조들마저 현대차·기아와 성과급 규모가 차이가 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적이 반토막 난 현대제철도 임금 인상안과 성과급 규모에서 이견이 커 노조는 파업 카드까지 꺼낸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참에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는 법·제도 정비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임금체계는 각 직원들의 생산성에 직접 연계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적절한 성과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생산성 향상분을 초과하는 현재의 호봉제와 같은 연공형 임금체계를 고임금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기도 하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경영환경이 예측 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연구개발(R&D)과 새로운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실적에 직접 비례하지 않는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경쟁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임금 구조는 기본적으로 호봉제 중심에 성과급을 얹는 형태다보니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비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직무성과급제 등 근로자의 생산성과 직접 연계되는 임금체계로 전환돼야 성과급 논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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