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시장 가보니 사과값 1년동안 56.8% 올라 최저시급으론 과일도 못 사 시장, 낮에도 손님 없이 '텅'
7일 방문한 서울 양천구의 한 전통시장.
"장바구니에 몇개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오만원이 훌쩍 넘어요. 얼마전 가족 생일이었는데 마트에 나왔다가 온라인 최저가와 몇 번을 비교하면서 사게 되네요. 장보기 무서울 정도예요." 7일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3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밥상물가가 무섭도록 치솟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물건 하나하나 살 때마다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7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마트.
이날 마트에는 평일 낮 한가할 시간임에도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장을 보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마트 식품 코너에 들어서니 '설맞이 농식품부 할인지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마트가 함께하는 행사상품을 구매하면 30% 할인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까지 나서서 애를 쓰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문래동에서 왔다는 50대 여성 고객은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찾아오긴 했는데 벌써 20만~30만원은 나올 것 같다"며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이렇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유독 물가가 많이 치솟았다고 생각하는 품목은 과일과 농산물이었다. 그는 "요즘 한파에다 명절까지 앞두고 있어 과일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다"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부연했다.
통계청이 이달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산물은 같은기간 15.4%나 오르면서 전체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신선과실 역시 28.5%가 오르면서 2011년 1월(3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사과와 배는 전년 동월 대비 56.8%, 41.2% 급등했고, 감은 39.7%, 귤도 39.8% 뛰었다.
7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마트.
이날 방문한 마트에서 본 딸기 500g의 판매가는 1만2900원이었는데, 할인을 적용해 9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4㎏의 감귤은 1만6900원, 사과 5~6입 1봉은 1만5900원이었다. 지난해 최저시급이 시간 당 9860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1시간 일당으로는 딸기 한 봉지도 사지 못한다.
자녀가 있는 집의 경우 식비를 줄이기도 녹록지 않다. 40대 주부 박모씨는 "아이가 있는 집은 식비를 마냥 아끼기도 어렵다"며 "아이들의 반찬 투정이 늘고 있긴 하지만, 워낙 물가 부담이 크다 보니 옛날보다 장보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7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마트.
전통시장의 상황은 어떨까. 같은날 서울 양천구에 소재한 한 전통시장을 비슷한 시간대에 방문했는데 거의 손님을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고, 손님들이 지나다녀야 할 통로는 텅 비어있었다. 정육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관계자는 "작년에는 그래도 간간히 장을 보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낮 시간대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작년보다 경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사진은 7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마트.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장을 보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기획재정부는 수입과일에 대해 역대급 규모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기존 가공용으로 활용하던 못난이 과일(비정형과) 등 출하량도 늘인다는 방침이다.글·사진= 이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