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동남아 찾아 임직원 격려 인수합병·신규 투자 빨라질듯 檢 항소 가능성에 리스크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첫 행보로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섰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해외 사업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동시에 중동 주요 인사들을 만나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전세기편으로 출국한다. 중동과 동남아를 방문해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임직원을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해 왔다.
작년 추석 연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찾아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 산악터널 공사 현장 등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다음날 바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전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이번 재판부 결정이 삼성을 넘어 국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보다 활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있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소로 꼽힌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전날 1심 결과 직후 취재진 앞에서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면서도, 검찰의 항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더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당장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은 작년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며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삼성전자는 서버용 D램 시장에서 35.2%의 점유율로, SK하이닉스(49.6%)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조 단위 적자를 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작년 2분기 44.7%포인트에서 3분기 45.5%포인트로 확대됐다.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도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애플에 빼앗겼다. 여기에 바이오 분야를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이 회장이 집중해 온 신사업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점도 당면한 과제로 꼽힌다.
이에 이 회장은 2022년 8월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하는 등 '세상에 없는 기술'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작년 말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 등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 인수합병(M&A), 신규 투자 확대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오후 출국을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