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은 재직시 저출산 분석보고서 총괄
보도자료 냈지만 정책에 크게 반영 안돼
독립된 부처로 뚜렷한 성과 안나오면
정권 바뀌어도 없애지 못하도록 해야
'결혼=행복' 인식 확산돼야
민간 기업과 협력도 필요

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식들 나이가 25세~35세 사이가 가장 많다. 앞으로 5년이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 인구대책 전담부처를 세워 장기 전략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손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58·사진)는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0.7명대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저출산 정책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2016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재직 당시 '저출산·고령화' 분석 보고서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저출산과 관련된 경제구조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현재는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금융, 통화정책, 국제개발 협력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며 정책 제안 활동을 하고 있다.

손 교수는 "당시 한국은행의 '저출산·고령화 분석보고서' 연구에 참여한 인원만 100여 명이 됐고, 정책 제언이 담긴 600페이지가 넘는 백서 형태의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이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분석해 경각심을 일으키자는 목적으로 정부 부처에 보고서를 보냈다"면서 "보도자료도 내고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정책에) 크게 반영된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워낙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주제가 아니다 보니,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과제는 뒤로 밀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출산율을 올려야 한다고 정부가 꾸준히 언급하고 있지만 과거 통계를 보면 경제적인 환경에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1997년, 1998년 IMF 외환 위기가 발생한 직후 출산율이 많이 떨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조금씩 떨어지다 올라갔다는 것이다. 또 이 시기, 부모가 힘들게 생활하는 것을 본 자녀 세대들도 각자도생이 된 경향이 있었다고 봤다.

그는 2015년부터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 그래프의 방향을 바꾸는 게 일단 급선무라고 말했다. 0.7명에서 더 떨어지더라도 앞으로는 우상향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정책을 제안해 무조건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예산권을 가지면서 인구 정책을 총괄하고 집행하는 전담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할이 아니라 새로운 부처를 만들어서 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립된 부처를 만들어서 대통령이 바뀌어도 조직이 개편되지 않고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부처를 없애지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2006년에 이미 저출산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출산에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다 보니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래 위험지표 1순위로 여전히 남아있다"고 짚었다. 그는 "5년 전 이 분야를 연구했을 때는 혼인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미루지 않고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아이를 안 낳을까를 생각해보니 우선 결혼할 생각이 없는 비혼주의자가 많아졌다. 이는 사회적인 환경과 문화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결혼을 통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나아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한 지방의 경우 결혼하려면 배우자가 이동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들여다 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봤다. 아울러 결혼했는데도 아이를 못 가지는 상황을 고려해 불임지원 등 단계별 정책을 짜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싶은데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가족 양립을 위한 보육문제, 여성 양성평등 이슈 들을 중심으로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를 둔 자녀가 이제 30대 중반까지 왔는데, 이대로 성과가 없이 앞으로 5년만 더 지나면 인구절벽 문제는 더 심화되고 우리나라 잠재 경제성장률도 올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 기술개발 등 모든 것이 나아진다고 해도 생산요소인 인구가 줄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출산을 사회 환경 문제로 이해하고 아주 미세하게 정책을 설계해 왔다면, 이제는 컨트롤타워를 세워서 크게 보고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 관련 정책을 모아서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지자체에 맡길 것을 맡기면서 과감하게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자리, 교육, 집 문제를 다 정부 재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민간 즉,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민간이 출산을 지원해 줄 때 인센티브 등을 적극적으로 설계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출산이라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 '사회에 대한 기여'인 만큼 출산한 가정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손 교수는 "인구 감소 추세를 멈출 수는 없더라도 이런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고 정책이 만들어져 우리 주변에서 서서히 하나둘씩 '나 이제 결혼할래', '이제 아이를 가져볼래' 하는 변화된 분위기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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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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