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컷
한동훈의 '폴더인사', 윤석열의 '어깨 툭'…극적화해? 약속대련?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함께 보고를 받고 현장을 둘러봤다.
특히 한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허리를 90°로 굽혀 '폴더인사'를 했고, 윤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한 비대위원장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며 감싸안았다.
윤 대통령의 서천시장 방문은 갑자기 결정됐다. 윤 대통령은 원래 공식 일정 없이 통상업무를 볼 예정이었으나 참모들로부터 서천시장 화재 피해상황을 보고받은 뒤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의 방문 시간 등은 한 비대위원장과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윤 대통령을 기다렸고, 윤 대통령도 현장 도착 직후 한 비대위원장과 인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서천 회동을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간의 갈등봉합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과 김건희 여사 고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 논란 등을 빚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 비대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노출됐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 분열로 인한 총선 필패 불안감이 커지자 갈등 이틀 만에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직접 대면하고 조기에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 원인이 된 김 비대위원 사천 논란이나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과 논란 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갈등 노출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이뤄진 갈등 봉합을 순수한 화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 다수의 반응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부터 실질적인 충돌이 아닌 계획된 충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 편의점'에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내게 '이관섭 비서실장을 보낸 건 약속대련'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약속대련이란 태권도 겨루기에서 사전에 공격과 방어를 약속하고 겨룬다는 것을 뜻한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 실장을 보내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며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표는 이어 2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화해를 두고 "하루 만에 어떻게든 (갈등을) 봉합하려고 했던 모습은 애초에 양측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국가적인 중차대한 (김건희)특검과 (김 여사의) 사과 문제를 '너희 사람 하나 잘라' 이런 문제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딱 그 정도 수준에서 특검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약속 대련"이라고 평가절하했다.
◇B컷
굳이 화재현장에서 화해무드 조성한 尹-韓, 피해상인들은 뒷전?
윤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서천시장 상인들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피해 상인들을 배경으로 '정치쇼'를 한 셈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23일 오후 1시30분쯤 서천시장 현장에 도착해 한 비대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소방당국으로부터 피해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어 불에 탄 시장을 잠시 둘러보고, 시장 상인들 150여명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현장을 떠났다. 윤 대통령이 현장에 머물렀던 시간은 20분 남짓이다.
윤 대통령은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고 위로하고, 동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 협력해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상가 2층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상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상인들은 "시장을 방문한 대통령이 정작 피해 상인들에게 한 마디 위로나 어떠한 발언도 없이 사진만 찍고 갔다", "대통령의 지원 대책을 듣기 위해 눈 맞으며 기다렸는데 얼굴도 보지 못했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으나 사태를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통령실 측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주민들로 가득차 경호상의 문제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국민 앞에서 일종의 정치쇼를 한 점에 대해선 아무리 변명해도 변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갈등에는) 정말 온갖 문제들이 녹아있다. 대통령의 전례없는 당무개입, 고위공무원들의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는 정치개입, 정치중립 의무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모든 것이 드러났다"며 "과연 국민을 이 나라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본인 지위를 지배자로 생각하는 것인지, 대리인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불난 집에 한 번 더 아픔을 얹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국민의힘 관계자가 상인들에게 '이번에 대통령 오실 것 같으니 애로사항이 있으면 이야기하면 된다'고 미리 말해서 200명가량 모여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체류한 시간은 20분 남짓"이라며 "상가 2층에 있던 상인들에게 경호·동선상의 문제 때문에 만나지 못한다고 얘기했다더라. 화재 현장에 가서 피해 입은 상인들을 안 만날 거면 왜 간 건지, 구경하러 간 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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