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어를 제2모국어로 쓸 만큼 한일 양국에서 오래 생활한 미국인으로서 저자는 두 나라 고도와 세계 유명 도시들의 경관이 형성된 내력을 들려준다. 거기에 우연은 하나도 없었다. 도시 경관에는 종교, 국가, 민족주의, 애국주의, 애향심이 배어있다. 최근 사회문화 현상과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도시를 매개로 하는 접근법, 즉 도시학(Urbanology)이 유행인데 그 맥락에도 닿는다.
저자는 1980년대 초반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어에 능통한, 한국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 외국인은 많지만, 저자 로버트 파우저만큼 한국과 돈독한 관계를 쌓아온 이는 드물다.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언어학을 넘어 도시를 탐구하는 데도 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서울과 전주 경주에 대한 그의 시공간적 해석은 한국인이 모르는 면을 발견케 한다.
저자는 이 같은 도시 독법(讀法)을 세계 주요 도시들로 확장한다. 도시들이 지키고 보존해온 역사적 경관의 풍경들, 그 풍경들을 지키고 만든 것은 누구인가, 그 도시들은 왜 역사를 보존하고 지켜왔는가. 우리에게 당위로 받아들여지는,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적 경관의 보존은 과연 그렇게 당위들이 축적된 결과이기만 한 걸까. 저자는 동양부터 서양까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주요 도시부터 도시의 한 지역까지, 크고 작고, 넓고 좁고, 오래되고 비교적 새로운 곳들까지 종횡으로 넘나든다. 그렇게 도시들마다 간직해온, 도시들의 역사적 경관을 둘러싼 이면을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유와 배경, 맥락, 논리가 스며들어 있었다. 로마와 교토는 종교 유산을 적극적으로 보존해야만 했던 속사정이 있었다. 미국 윌리엄즈버그와 일본의 나라는 소속감을 위한 애국주의 전시장으로 필요했다. 런던 파리 빈 이스탄불 베이징은 제국주의의 강력한 과시와 통합의 소구 창구로 작동했다. 이규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