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 노출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법무 장관 출신인 한 비대위원장이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공천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김경율 사천 논란으로 모두 깨진 것"이라며 "한 비대위원장의 뒷배가 윤 대통령인 것처럼 오해를 받는 입장에서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진정한 선거혁명, 바로 당내 권력횡포성 공천인 사천을 없애고 철저히 공정한 공천시스템에 의한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선택과 집중을 하려했다. 이것으로 야당의 586 구태정치, 낡은정치와의 차별화, 이재명식 사당정치, 돈봉투 정치와 다른 정치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 비대위원장의 사천으로 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들은 순식간에 들러리로 추락했고, 한 비대위원장의 새로운 구태정치에 전국의 수많은 당원과 대의원들이 항의와 불만을 쏟아냈다. 한 비대위원장의 줄세우기 구태정치는 모든 공정의 가치를 붕괴시켜 버렸다는 점에서 매우 참담한 현실을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이 윤 대통령의 생각과 비전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가면서 한 비대위원장이 저질러놓은 잘못된 먼지를 모두 윤 대통령이 뒤집어 쓰는 나쁜 상황을 맞았고, 정치개혁과 혁신의 분위기도 사라졌다"며 "이미 공정한 룰과 시스템에 의한 공정한 공천의 가치실현이 무너진 이상 그 장본인이 비대위원장 자리에 있어서는 국가의 새로운 공천혁명의 길을 열기란 쉽지 않고 야당과의 차별화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윤 대통령의 고민이 매우 컸던 것"이라고 사퇴압박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사천 논란 자체가 정치적 부패, 새로운 권력의 사유화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헌법의 전문에 새겨진 대로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 기능이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늘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이 모든 것이 무법, 불법천지의 부패정치때문이라는 고민을 해왔다. 부정·부패정치를 종식시킬 결정적 계기가 될 이번 총선은 공정한 시스템을 통한 공정한 공천의 정치문화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공정한 선거혁명, 공정한 정치혁명의 계기로 만들어야 하고, 이번 선거를 글로벌 중추국가의 내적 토대를 이룰 수 있는 금융·교육·노동개혁을 완수할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시점에 한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그에게 기대했던 새로운 정치가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사퇴압박이 당무개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는 "윤 대통령은 일절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공천에 개입하지 않고 있고, 대통령실에서 총선 출사표를 던진 그 많은 참모들에게도 공정한 공천의 룰에 의해서 결과에 승복하라고 누차 강조했다"며 "윤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공당의 내부 사항에 개입하지 않는다. 정당의 독립성과 민주적 운영을 존중한다는 대통령의 기본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편, 한 비대위원장은 전날인 2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재옥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사퇴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사퇴설을 일축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