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권 2년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에 표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2년간 만들어낸 결과물도 만족스러운 부분을 못 이룬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국회의원 정수 250명으로 축소 등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론으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휘어진 잣대'로는 시스템 개선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의 원론적 주장에 반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권 평가 성격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이나, 그 과정에서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느냐에 따라 평가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실 선거에서는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선거는 누가 차악인지를 가리는 '상대평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잣대대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에 투표하면 총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휘어지지 않은 잣대를 적용했다고 해석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장 같은 자리에서 말했던 이 대표 발언에서도 '휘어진 잣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대표는 "북한이 남한을 주적이라고 표시하고 평화통일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이제 한 번 싸워보겠다,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고 표현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가 내몰리고 있는데, 적대하고 대결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풍토 분위기가 우리 국민 삶과 대한민국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드는지 정부·여당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는데, 말 한마디로 전쟁의 참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말 폭탄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말 한마디로 전쟁의 참화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정작 비판은 윤석열 정부에 한 것이다. 적대하고 대결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 풍토 분위기가 우리 국민 삶과 대한민국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이 대표의 말이 맞는다면 그 말은 당연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야 할 말이지 않을까.
또한 이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을 통해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적인, 공정한 공천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릴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 말 역시 곧바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으로부터 "원칙과 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해보신 적 있으신가"라는 반문이 나왔다.
아울러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확보한 거대의석을 기반으로 한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으로 여당도 했고, 야당도 했다. 여당에 절대 의석(180석)을 갖고 원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이는 대선 결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협치를 이끌기보다는 '적대와 대결, 인정하지 않는 사회 풍토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한 측면이 적잖다. 이 대표 또한 "제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 집에서 쉬는 동안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왜 정치를 하는가 생각이 들더라"라면서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지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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