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분간 계속 R&D 사업비 변경을 협의하러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반발이 어마어마합니다."

최근 만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31조1000억원에서 26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삭감했다. 그나마도 원래 5조2000억원 삭감이었던 정부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6000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부처별로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이 1조원가량 감소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5900억원, 중기부는 4100억원 정도가 깎였다. R&D 관련 부처와 기관 관계자들은 요즘 현장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을 진정시키러 다니는 데 여념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나눠먹기식 R&D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쏟아내는 총선용 감세·지원 정책을 보면 '이럴거면 R&D 예산은 왜 삭감했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발표한 감세·지원 정책은 집계가 가능한 것만 따져도 4조14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명분으로 1400만명에 이르는 주식투자자를 겨냥한 정책을 다수 쏟아냈다. 우선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 연간 1조5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히게 됐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로 3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600만명이 넘는 소상공인을 위한 선심성 정책도 빼놓지 않았다. 소상공인 126만명에게 인당 20만원씩 전기요금을 감면하는데 2520억원 예산이 들어간다. 소상공인의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의 대출로 바꿔주는 데는 3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두 대책만 합쳐도 중기부 R&D 예산 삭감 규모(4100억원)를 넘어선다.

지난 4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겠다며 시설투자에 대한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1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약 1조 5000억원 감세 효과다. 또 설 민생대책으로 발표한 취약계층의 전기요금 인상 재유예에는 한전 돈 2900억원이 들어간다.

이외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상향, 전통시장 소득공제율 상향, 노후차 개별소비세 인하, 임대사업자·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부담금 제도 전면 개편 등 아직 재정·세수 효과가 추계도 안된 정책도 산더미다. 한달 동안 발표된 정책에 소요된 재원이 10조원에 육박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를 쥔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먹기로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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