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로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원전 관련 연구개발(R&D) 예산 14개 중 8개가 전년에 비해 줄었다. 특히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글로벌 시장 맞춤형 예산이 줄어 원전 생태계 강화라는 정부 정책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을 활용한 원전 관련 R&D 사업 14개 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13.7% 늘어난 1974억2400만원이다. 전년 보다 원전 R&D 예산 규모가 약 24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 예산을 늘린 영향이 컸다. 올해부터 본 궤도에 오르는 i-SMR 기술개발 예산은 지난해 38억7000만원에서 332억8000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산업부는 예산 증가의 배경으로 차세대 원전 혁신기술 개발, 원전 안전운영을 위한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술개발 등을 통한 원전 생태계 복원 가속화를 꼽았다.
하지만 원전 R&D 예산 대부분은 줄었다. 원자력 핵심 기술개발은 79% 줄어든 13억6000만원에 그쳤다. 이 사업은 원전의 안전, 설비 성능향상, 환경 및 해체 등과 관련된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전력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원전 수출 발판이 될 원전 산업 글로벌시장 맞춤형 기술개발(18억700만원)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정부가 주도해 기술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원전 안전운영을 위한 핵심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술개발은 전년 보다 9.5% 줄어든 63억6500만원이 배정됐다.
가동 원전 안전성 향상 핵심 기술개발은 18억9300만원 줄어든 297억2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원전 안전 부품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6억3600만원), 고리1호기 기기설비 활용 원전 안전기술 실증사업(10억4900만원),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393억2700만원) 등 예산도 감소했다. 한국은 유럽연합,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사업에 9.09%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4억5400만원이 배정된 방사성폐기물관리기술개발과 17억700만원이 투입된 원전 중대사고 방지 안전강화 기술개발은 올해 아예 빠졌다. 대신, 현장 수요 대응 원전 첨단 제조 기술 및 부품·장비 기술개발과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한 부지 환경장기 변화 예측 기술개발에 각각 60억원, 36억원을 투자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R&D를 효율화하지만 신산업에 해당하는 SMR 분야와 안전 관련 예산은 대폭 강화했다"며 "효율화로 예산이 줄어든 부분은 기초 기술, 기계 업종 등과 협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