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공요금 등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에 따른 물가 불안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정검 설명회'에서 "정부가 물가 관리를 했기 때문에 물가가 많이 안 올랐다"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늦춰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들어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전기·가스요금 등 정부가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공공요금 인상을 사실상 통제해왔다. 빵과 우유 등 가공식품 물가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지정하는 등 우회 압박을 통해 물가 인상 속도를 조절해 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은은 설명회 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 지난 7월 6.3%까지 높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3.3%로 크게 둔화했다. 근원인플레이션도 지난해 11월 4.2%에서 지난달 2.9%로 낮아졌다.
다만 한은은 향후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특히 누적된 비용 압력 탓에 주류, 대중교통요금, 여행·숙박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등 근원상품 가격(에너지·식료품 제외) 둔화세가 주요국 대비 뚜렷하지 않단 점이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금리 인상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의 마지막 구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고강도 긴축을 이어온 파월 연준 의장은 12월 FOMC에서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발언을 통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 입장이 크게 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과잉 반응하는 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