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韓 신인이자 차기주자, 당이 키우고 아껴써야" "풍상 다 맞아야 할 비대위원장" 필요조건 정치력 강조 최재형 "근본적 문제는 당정 수직관계 바로잡는 것" 김영우 "韓 원포인트, 낮은 자세로 1월말 등장해야 참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김기현 전 당대표 사퇴를 예측하지 못한 국민의힘 친윤(親윤석열)계 주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구원자론(論)을 들고 나왔지만, 비주류·수도권 인사들 사이에서 공개 반대가 잇따랐다.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로 소진되기에 "한동훈 장관이 아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3선 지역구(부산 해운대갑)를 떠나 서울 종로구 제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으로 "한동훈은 정치신인이지만 우리당의 유력한 차기(대권)주자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한 장관은 당이 잘 키워야 한다. 아껴 써야 한다"며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風霜·바람과 서리)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동훈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월13일 오후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교정시설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협약식을 마친 뒤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하태경 의원은 "저도 처음엔 한 장관이 인지도와 지지도가 압도적이고 참신해서 '비대위원장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당 의총 이후 주말동안 깊이 생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비상의원총회에선 지도부 출신 등 주류 측에서 한 장관 추대론을 띄웠지만, 당이 '용산 2중대'로 남거나 정치 경륜 없는 인물이 지휘하면 총선에 불리하단 반론이 거세졌다. 당은 오는 18일 원외당협위원장 의견 수렴도 앞두고 있다.
하 의원은 "당장의 위기에 급급해 맞지 않는 옷을 입힌다면 오히려 당 혁신의 기회만 놓칠 수 있다"며 "복잡한 정치국면엔 정치력이 확인된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고 한동훈에겐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본인과 당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했다.
종로구 현역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원장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극복해 대통령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도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고, 야당과의 소모적 정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혁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당내의 갈등과 혼란을 수습해 당의 단합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누가 되면 마치 구세주처럼 우리 당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거라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의 위기를 초래한 건 당 지도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위기가 닥치고 눈에 보이는데도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에 의원을 비롯한 당 주요 구성원들의 철저한 반성과 변화 없인 누가 비대위원장이 돼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어제 이발을 하는데 우리 당의 어려운 상황과 비대위원장 선출에 관한 TV뉴스를 듣던 이발사가 '한사람만 변하면 되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한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킨 언급으로 풀이된다. 최재형 의원은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란 소리로 들렸다"며 "비대위원장은 적어도 이런 민심의 소리까지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하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서울 종로구 현역인 최재형 의원, 종로 총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 서울 동대문구갑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우 전 의원.<각 인물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지난 총선 3선 지역구(경기 포천·가평) 불출마한 뒤, 서울 동대문갑 험지 출마에 나선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아까운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로 너무 일찍 소진하지 않기 바란다"고 썼다. 그는 "선거에서 3달 반은 정말 긴 시간이다. 판이 여러번 바뀐다. 지금 분위기로론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맡을 가능성이 매우 크나, 냉정하자. 수직적 당정관계와 검찰공화국을 문제삼는 야권의 비판과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잘못된 것으로만 무시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김영우 전 의원은 "한 장관은 그 스타성과 정확한 메시지 능력으로 마지막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 선거판에 등장해야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도 당분간 헤맬 게 분명하다. 1월말쯤 한 장관이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울림있는 메시지와 참신성으로 등장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이다. 지금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 보단, 아까운 카드를 너무 일찍 쓰면서 온갖 공격을 한몸에 받게하면 되겠나. 선거는 전략이 중요하지, 당장 우리끼리의 욕구에만 맞추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장인 나경원 전 4선 의원도 지난 14일 "여권의 정치 작동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비대위원장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것이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당 지도체제 확립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16일 김기현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의 눈치' 보며 거취를 결정했다"며 "그런 대표가 9개월간 당을 지휘했으니 당이 저런 꼴"이라고 했다.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