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연판장 사태' 겪고 "당정관계 재정립 먼저" 짚은 羅 "지금 제일 힘든 시기…(국회) 4년간 반성, 고칠 공천 돼야" 김기현 체제에 "올 때, 갈 때도 대통령 눈치" 맹비판한 洪 "똑같은 길" 우회경고…실패한 주류측 한동훈 추대론 경계 국민의힘이 전임 김기현 리더십을 대체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부터 복심(腹心)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유력 검토하는 가운데, 비주류 측에선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소위 '대통령 눈치'로 좌우되는 당정관계 반성과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나경원 국민의힘 전 4선 의원(서울 동작구을 당협위원장)은 지난 16일 강원 춘천시에서 이민찬 국민의힘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중앙당 상근부대변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고 말했다.
지난 12월16일 이민찬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의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제22대 총선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나경원(왼쪽)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12월14일 국방부 청사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도심 군부대 이전을 위한 민·군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한 홍준표(오른쪽) 대구광역시장.<이민찬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페이스북 사진·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그는 지난 14일 서울 동부 3개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의 합동 북콘서트에 참석한 후 "여권의 정치 작동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비대위원장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것이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당 지도체제 확립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핵심뿐만 아니라 '초선의원 50인 연판장' 사태로 당대표 불출마 압력을 받았다. 여론조사상 당심(黨心) 지지세가 높았던 나 전의원이 불출마한 뒤로도 김기현 당시 대표 후보와 현역의원들의 지지 요구가 이어졌고, 결국 불편하게 손을 맞잡았다.
그는 강원 지역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당의 모습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사실 그런 부분을 고쳐서 하는 게 22대 총선 공천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또 비대위 전환을 앞둔 현재가 가장 힘든 시기라며 "앞으로 노력하고 움직이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년'은 21대 국회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나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의힘에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데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중진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청년 정치를 지지하지만, 말 뿐인 청년 정치는 반대한다. 잠재력이 있으면서 민심을 그대로 듣고 실천하려는 부지런함과 노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경선 2위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기현 전 당대표의 사퇴 경위와 관련 "참 서글프다. 당대표가 '대통령의 눈치' 보며 거취를 결정했다니. (대표가) 될 때도 그러더니, 5공(제5공화국) 시대도 아닌데"라며 "그래도 나는 대표 그만둘 때 청와대와 상의없이 일방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시장은 "될 때도 내 힘으로 떠날 때도 당당하게(해야한다). 그런데 그런 당대표가 지난 9개월간 당을 지휘했으니 당이 저런 꼴이 될 수밖에"라며 "강추위가 온다는데 꼭 당이 처한 모습 같다.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똑같은 길을 가려고 하니 한심하다 한심해"라고 쏘아붙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2월1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주재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지난 15일 개최한 비상의원총회에선 한동훈 장관 비대위원장 추대 분위기가 조성됐다가, 총 18명의 의원이 발언자로 나서면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계 출신 김웅 의원은 "대통령 아바타라는 한동훈을 올려 어떻게 총선을 이기겠단 건가"라고 가장 거세게 반대했다.
김기현 2기 지도부에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발탁된 김성원 의원이 "이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분은 한 장관"이라고, 김기현 전 대표 사퇴에 공개 반대했던 김석기 최고위원은 "한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비되는 인물이기에 검사 출신이지만 괜찮다"고 대세론을 띄우자 받아친 것이었다.
비윤(非윤석열) 김웅 의원뿐만 아니라 호남 출신 이용호 의원은 "정치 경험이 많은 분이 와야 한다. 와서 '얼굴마담' 하고 '바지사장' 하고 우리가 뒷받침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건 위험하다"는 취지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출신 인사들로부터는 경륜 있는 인물 추천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격론이 일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특정인을 옹립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지명될 경우 장관직 즉각 사퇴가 불가피한데, 수락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당 지도부는 오는 18일 원외당협위원장들과의 연석회의에서도 의견을 모으기로 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