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체 이익서 은행비중 90% 차지
비은행 지원에도 은행 의존도 되레 커져
카드, 해외여행상품 흥행에도 실적 미흡
보험사 인수 제자리… 새로운 매물 공략

취임 2년 차인 함영주(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비은행 부문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은행 부문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함 회장은 실적 부진 수렁에 빠진 하나카드와 하나생명 및 하나손해보험 등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익성 개선을 입증하지 못 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순이익에서 하나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었다. 같은 기간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은행 비중이 70%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금융은 대형 금융지주사 중 은행의 성장세에 힘입어 3위권 안착에는 성공했다. 다만 비은행 이익을 늘리지 못해 여전히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특히 함 회장이 비은행 강화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취임 후에 오히려 비은행 이익 비중이 더 떨어졌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지난 2016년 20%에서 2021년 32.9%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함 회장 취임 첫 해인 2022년 18.9%, 올 3분기 누적 기준 12.8%로 하향세다. 올 3분기 취임 전년(2021년)과 비교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최근 8년 기준 최저 수준이다.

하나은행의 실적 성장세와 달리 하나카드, 하나생명 및 하나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게 컸다. 하나은행은 3분기 누적 2조766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와 하나생명은 각각 1274억원,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1%, 15.8% 감소했다. 하나손보는 369억원의 순손실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함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만년 꼴지 하나카드는 지주 차원에서 전폭 지원했다. 하나카드는 해외여행 특수 카드인 '트래블로그'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하나은행과 제휴해 총 26종 외화로 수수료 부담 없이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출시 후 이용자 수가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누적 환전액도 연내에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 같은 성과는 하나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반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은 6.25%로 전월(5.91%)과 비교해 0.34%포인트(p) 늘었다. 올 여름 휴가와 추석 황금연휴 등에 따른 트래블로그 카드 회원수 증가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하나금융은 보험 계열사의 지원에 대해선 자본을 적극 투입할 계획을 내놨지만,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나생명·손해보험 등 보험 계열사의 몸집을 단기간에 키우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 전략이 현재로선 최선책이다.

하나금융이 보험 계열사의 자본확충과 사업 확대를 위해 자금 수혈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KDB생명의 인수를 중도에 포기했지만 보험 계열사의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전히 인수·합병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다. 양재혁 하나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 상무는 지난달 2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연금보장 및 자산운용, 자본시장에서 열위하다"며 "인수합병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현재 보험 시장에 나온 잠재 매물인 ABL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함 회장이 목표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KDB생명 대신 어떤 보험사를 택할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보험 매물이 나올 경우 가장 관심을 보일 곳은 여전히 하나금융이라는 말이 유효하다"며 "하나금융이 보험업 강화를 위해 외형 성장보단 효율성과 향후 성장성 등을 우선 고려한다고 밝히면서 내년 어떤 전략을 펼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트래블로그 담당 직원들과 함께 트래블로그 200만 가입을 축하하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회장(앞줄 가운데). [사진=하나카드]
트래블로그 담당 직원들과 함께 트래블로그 200만 가입을 축하하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회장(앞줄 가운데). [사진=하나카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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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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