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내년 상반기 만기 8.4조 하락 지속땐 대규모 손실 불가피 금감원, 증권사 포함 전방위조사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손실 가능성이나 홍콩H지수의 변동성 등을 충분히 고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 등 우량한 종목으로 구성됐으나, 경기가 신통치 않아 폭락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은 지난 20일부터 KB국민은행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은행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을 대량 판매했다. 현장조사는 내달 1일까지 10영업일에 걸쳐 진행된다.
금감원은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에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며 은행과 증권사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증권사 5~6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 볼 계획이다. 내년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가 수 조원 대 고객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보니, 피해에 앞서 금융사의 사전 대비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전체 업체의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이다. 이중 은행은 15조8000억원, 증권사는 3조5000여억원을 팔았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홍콩 H지수 연계 ELS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총 14조5664억원이다. 은행별 판매 잔액은 국민은행 7조8458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등 순이다.
손실은 내년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내년 상반기에만 약 8조4100억원(5대 은행 기준)어치가 만기 도래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에서 최근 6000포인트까지 떨어지며 40% 가량 내려갔다.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하면 내년 상반기 만기물량 중 3조원 가량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품이 어떤 의사결정을 통해 팔게 됐는지, 고위험 상품이니까 고객에게 판매할 때 제대로 교육했는지, 어떤 자료가 있는지, 직원 KPI(핵심성과지표) 문제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일(대규모 손실)이 벌어지고 나서 조사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사전 준비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모 상품이니까 서류나 녹취는 돼 있겠지만,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이런 상황이면 손실 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사실을 명확히 고지했는지 의문스럽다"며 "홍콩H지수의 경우 과거에도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충분히 알렸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금융감독원 사옥 전경. <금융감독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