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10년간 선박시험평가 410건 이상 캐비테이션 터널·빙해수조 자랑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내 빙해수조시험연구동으로, 쇄빙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시험을 진행한다. KRISO 제공
"장보고-Ⅲ 배치Ⅱ급 잠수함의 프로펠러가 이 곳에서 성능 검증을 마쳐 제작됐죠."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대형캐비테이션 터널 시험 연구동. 4층 건물 높이에 있는 이 곳은 선박의 핵심 장비인 프로펠러(추진기)와 배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러더(Rudder)'에 의해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을 줄여 추진 효율을 높이고, 선체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한 필수 연구시설이다.
캐비테이션은 수중의 프로펠러가 고속으로 회전하면 압력이 급격히 저하돼 물이 기체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기포는 주변으로 퍼져 강한 소음과 진동을 동반해 선박 등 주변 물체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최근 들어 선박의 대형화·고속화에 따라 프로펠러와 러방향타에서 캐비테이션 발생량이 증가해 이를 최소화하는 게 기술 개발의 관건이다.
연구동에서는 잠수함에 적용하기 위해 제작된 축소 모형의 프로펠러 성능 실험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길이 60m, 높이 22.5m, 폭 6.5m의 대형 캐비테이션 터널 안에 프로펠러를 설치해 바다와 같은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최대 2370톤의 물이 가득 채우고, 3700㎾의 출력으로 하루 5∼6시간씩 3일에 걸쳐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설한신 함정공학연구센터장은 "2010년 완공된 캐비테이션터널은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로 지어졌고, 선박의 추진 효율과 수중 소음, 진동, 프로펠러 침식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캐비테이션을 시험하는 곳"이라며 "주로 상선 프로펠러, 수상함정의 프로펠러 및 수중방사소음시험, 수중무기체계의 추진·소음성능 시험, 친환경 미래선박기술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 간 상선 270건, 수상 함정 90건, 수중함 50건 등의 시험평가를 했고, 유럽 등에 의존해 오던 성능시험을 대체함에 따라 산업·군사정보 유출 방지, 시험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계 대형 캐비테이션 터널의 표준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민수와 군수 분야 활용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설 센터장은 "광개토대왕-Ⅲ 배치Ⅱ구축함을 비롯해 장보고-Ⅲ 배치 Ⅱ 잠수함, 울산급 배치-Ⅲ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함정의 프로펠러 설계와 성능검증 시험 등을 대형 캐비테이션터널 연구동에서 수행했고, 고효율·저소음 친환경 선박기술 개발, 차세대 함정 스텔스 성능향상 연구, 범상어 어뢰 등 차세대 수중무기 체계 연구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IMO(국제해사기구) 등 해양과 선박 관련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해양소음 오염에 따른 해양생태계 위협 등의 이슈 해결을 위한 선박 수중방사소음 모니터링 기술 개발과 친환경 에너지 절감장비 등 친환경 고효율 선박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내 대형 캐비테이션터널 시험 연구동에서 선박 프로펠러 등에 대한 캐비테이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KRISO 제공
선박해양연을 대표하는 또 다른 연구시설인 빙해수조시험연구동에 들어서자, 찬 기운이 온 몸을 감싸 순간 움츠러들게 했다. 마치 실내 아이스 경기장을 연상시키듯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연구시설로, 길이 42m, 폭 32m, 수심 2.5m에 달한다. 아직은 수조 안이 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본격적인 시험을 앞두고 천장에는 달려 있는 냉풍기와 수조 안의 냉각장치가 가동되면 0도에서 영하 20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빙해를 만들어 낸다. 빙해를 실제 극지방 환경과 얼마나 유사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장진호 지능형선박연구본부 책임기술원은 "천장에 달린 냉풍기와 수조 안에 공기를 냉각시켜 빙해를 만드는데, 얼음이 만들어질 때 미세 기포를 골고루 주입해 밀도를 높여 공극이 생기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라며 "수조 안이 빙해로 채워지면 모형 쇄빙선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하는 예인 전차가 서서히 얼음을 깨며 이동하는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분석함으로써 극지운항 선박의 성능을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도 빙해수조시험연구동에서 비교 성능을 통해 남극과 북극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쇄빙 LNG운반선의 빙성능 시험 등도 수행한 바 있다. 선박해양연은 조만간 아라온호를 이을 차세대쇄빙연구선 '아라온호 2'에 적용할 추진기 성능 시험을 위한 빙해연구를 할 예정이다.
장 책임기술원은 "다양한 해빙 조건에 대한 빙해수조의 해빙 조건 재현과 쇄빙선박 빙성능 시험평가 등을 고도화해 극지 빙해 운항선박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험평가절차를 수립하고 개선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선박해양연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과 함께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에서 해양과학기술의 발전사와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해양과학 50주년 기념 합동 순회 전시'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