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산하 자문위원회로부터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올해 42.5%·2028년 40%)을 50%까지 올리는 1인과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15%로 높이는 2안을 보고 받았다.
1안은 소득보장강화에 중점을 둔 반면 2안은 재정 건전에 중점을 둔 안으로, 국민연금이 현행 체제인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2.5%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 뒤 고갈 시점을 늦추는 고육책을 낸 것이다. 1안을 택할 경우 고갈 시점이 7년정도 연장(2062년)된다는게 자문위의 설명이다.
언뜻 보면 두 안은 하나는 소득보장 강화를 강조하는 민주당의 입장과 나머지 하나는 재정건정성을 강조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을 대변하는 안처럼 보인다. 향후 논의를 국회와 정부에서 주도할 수밖에 없는 만큼 양측 모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2023년을 지나는 현재 시점에서 2062년은 아득히 먼 이야기가 아닌 금방 다가올 미래다. 이미 20년을 표류하며 위기는 더욱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26세인 1997년 출생자가 수급 개시 연령(65세)을 맞는 해가 2062년이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볼 것도 없고, 개혁을 지금 해도 현재 유권자중에 국민연금을 못받는 사람이 생기는걸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2안을 채택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71년으로 16년 연장된다고 설명한다. 고갈시점을 상당 시간 늦추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유권자가 되지 못한 미래세대로 새로운 개혁과제를 넘긴 셈이다.
나아가 지금까지 한 설명이 모두 장밋빛 전망을 가정한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기초로 하고 있다. 지금 2062년이니, 2071년이니 떠드는 논의 자체가 정치권의 한가한 소리라는 이야기다. 일 예로 지난 3월 공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는 4차 추계보다 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진 것으로 추산했으나 2번의 추계 모두 출산율 계산이 현실과 맞지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은 0.7이었다. 그런데 4차 추계는 2040년의 합계출산율을 1.38명으로 가정했고 5차 추계에서는 '2021년 장래인구 전망'에 따라 2040년 1.19명 이후 1.21명으로 반등할 것을 가정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실제 출산율의 2배 이상한 가정한 '종이쪼가리'를 들고 현실의 연금 고갈 시점을 논의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현실화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이번 기회에 보험료율을 올리고 재정건전을 실현하는 데 성공한다면, 역사는 정치권이 20년 만에 '표가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해야할 일을 한 결단한 사연'으로 기록할 것이다. 20년 동안 누적된 정치권의 비겁함과 절연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반대로 이번에도 연금개혁에 실패한다면, 직면한 위기를 보고도 회피했다는 점에서 20년 전만 못한 정치권, 20년 전만 못한 세대로 평가받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