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빌라 매매 거래량이 처음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전국 주택 거래량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9월 16.4%로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28.4%)보다 12%포인트나 낮아졌다.
서울 중심으로 빌라 전월세 거래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8629호로 2020년 11월(8381호)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계속해서 매월 1만건 이상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 월 1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10월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10만9338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10월 22만4495호로 5% 늘었다. 특히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1~10월 11만4962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1~10월 기준) 이래 가장 최대 규모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는데, 이에 따라 낮춰야 하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도 빌라 기피 현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빌라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사기의 후유증과 상처가 생각보다 깊다. 빌라는 현재 공급자도 기피하고, 매수자·임차인도 기피하는 시장이 됐다"며 "아파트-빌라 사이 양극화가 깊어지면 전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위한 안전장치가 없는 이상 전세 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임차인 안전장치 강화를 위해선 경매 때 임대보증금의 배당 순위가 국세·지방세보다 앞서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고 난 뒤 집주인의 세금 체납이 발생하고,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금이 보증금보다 배당 순위에서 앞서게 된다"라며 "세입자는 고육지책으로 빌라를 '셀프 낙찰' 받아 떠안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으니 누가 빌라 전세를 들어가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