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 블룸버그 기고 압박·연안섬 점령·봉쇄·폭격·전면전 등 '옵션'…"내년 총통선거 후 위기 가능성" 한반도로 불똥 튈 가능성 커…진지한 대비책 필요 "어느 누구도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한 중국 인민의 강한 결심과 확고한 의지, 막강한 능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1년 7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연설에서 한 말이다. 대만 문제가 양보·타협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고, '중국의 꿈'(中國夢)을 완성하는 핵심요소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냉전시기 미국과 중국은 소련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공감대 속에서 1972년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기 시작, 1979년 마침내 국교를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 문제는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대만 사이의 민간(비관방) 교류 인정 등에 합의하며 국교 수립에 성공했고, 양국이 합의한 세 개의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그동안 대만 문제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응이 조성한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질서의 대변화는 대만 문제를 다시 세계 무대로 끌어올렸다.
중국은 통일을 명분으로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설마 하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정면 도전, 힘에 의한 '현상유지'(status quo)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을 보노라면 오히려 현실화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미국 정보당국은 2027년까지 중국이 대만 침공 준비를 끝낼 것으로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대만 전쟁이 가져올 중국 내부의 갈등 수준, 미국의 대응 강도 등이 변수이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시진핑은 대만 점령을 위해 어떤 전략을 쓸까?
◇중국의 대만 침공 5가지 시나리오
5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엔 '중국은 대만을 어떻게 점령할까? 5가지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렸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할 브랜즈 미국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가 쓴 것이다. 그는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 공동으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 Danger Zone)라는 책을 펴낸 중국 전문가다.
브랜즈 교수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이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올해 대만 해협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지만 내년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내년 1월 총통선거 직후 중국 정부는 군사력을 포함해 막강한 힘을 과시함으로써 대만의 새 정부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대만 해협의 위기가 고조될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연일 대만을 둘러싼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브랜즈 교수는 이를 가장 최근의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당시 많은 관측통은 '시진핑에게 대만을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전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시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준비할 것을 자국군에 지시했다는 정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소 5가지의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 브랜즈 교수의 시각이다. 우선 중국이 구사할 수 있는 첫번째 전략은 전쟁의 문턱 바로 아래 수준까지 강제적 압박을 체계적으로 가하는 것을 꼽았다. 중국이 수년 전부터 구사하고 있는 이 전략에는 중국군의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과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허위 정보 유포, 사이버 공격, 대만에 대한 외교적 고립 전략 등이 포함된다. 시 주석이 원하는 것은 평화적인 통일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런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약화하고 독립 성향의 민진당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2019년 홍콩에 대한 시 주석의 무자비한 탄압 이후 통일을 지지하는 대만인은 줄어들고 대만의 독특한 정체성은 강해지고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지적했다. 시 주석이 국제사회의 대만에 대한 지원을 막으려 하면 할수록 결과는 미국이 무기 판매를 늘리는 등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3자 구도에서 1위를 달리는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내년 총통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시 주석의 '전쟁 없는 압박'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대만은 포모사란 별칭을 가진 본섬 외에 중국 대륙과 매우 가까운 최전방인 진먼다오와 마쭈 열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5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의 군대는 두 섬을 포격해 미국과의 위기를 촉발했지만, 결국 점령에 실패한 바 있다.
두번째는 중국이 진먼다오와 마쭈 열도를 침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만과 미국을 딜레마에 빠뜨릴 개연성이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전망했다. 이 섬들은 중국에서 매우 가까워 대만이 방어하기 쉽지 않은 데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방어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 연안의 섬들을 차지한다고 대만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군을 대만 본섬에 주둔하게 함으로써 중국의 침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예상했다.
3번째 옵션은 봉쇄다. 이 시나리오에는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한 물리적 검역부터 대만에 접근하려는 선박에 대한 공격적인 세관 검사, 주변에서의 미사일 발사 시험, 금융기관, 경제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봉쇄는 섬 점령과 달리 이론적으로는 선제공격을 동반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수입식품, 연료, 필수품 등을 끊어 대만인의 생존을 위협함으로써 중국과의 통일을 수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즈 교수는 "봉쇄는 마법의 무기가 아니다"라며 봉쇄 전략이 시행되면 미국의 군대 배치, 보급품 제공, 미국 동맹국들의 대응 등이 따라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선택할 4번째 옵션으로는 폭격이 꼽혔다. 폭탄과 탄도미사일로 폭격에 나선다면 대만의 항구와 도로망이 파괴돼 봉쇄 효과를 강화하고 대만 해군과 공군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이 폭격으로 많은 목표물을 파괴하더라도 시진핑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 즉 대만 정부와 국민이 중국에 항복하도록 설득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게 브랜즈 교수의 시각이다. 오히려 중국의 대만 폭격이 길어질수록 국제적 분노는 더 커지고 미국과 다른 국가의 개입 가능성도 커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 옵션은 전면 침공을 의미하는 악몽 시나리오다. 본격적인 침공은 대만의 군대와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파괴 행위, 대만 지도자 암살 시도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서 괌과 일본의 미군 기지와 서태평양의 항공모함에 대한 기습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을 타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브랜즈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시 주석이 대만과의 대결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시 주석이 전면 침공과 같은 충격적인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친구들(동맹국)은 시진핑이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과정, 특히 결과가 가장 재앙적일 수 있는 과정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중·대만 모두 녹록치 않은 싸움"
우리나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중국의 무력행사 의도와 전략목표를 중심으로 볼 때,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충돌 시 구체적 전개 양상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첫째, 저강도 무력행사의 경우다. 대만 내 분란 상황 조성과 대만 내 반중 집권세력의 퇴진이 목표다.
둘째, 중강도 무력행사로 외도(外島) 점령을 시도하는 경우다. 이는 중국의 현재 군사력으로도 가능하며, 서태평양 진출에 유리한 교두보 확보 의미가 있겠지만 대만통일이라는 핵심 사안의 해결 없이 역내 불안정 장기화 및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연구원측은 분석했다.
셋째 고강도 무력행사의 경우, 중국군의 현재 군사력과 작전능력을 고려할 때 상륙작전의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며 특히 중국군의 전력투사 및 수송 능력, 합동 후근보장 및 동원 능력 부족과 미국 및 일본 등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 등으로 목적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대만해협의 위기는 일종의 재발성 위기로 언제든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존재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대만 침공을 위한 중국군의 전략과 전력은 발전하고 증대될 것으로 연구원은 판단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에 따르면 중국의 전면 침략은 대만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로켓 포격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전 초 폭격은 24시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차로는 군사적, 정치적 목표물을 폭격하고 그 다음에는 발전소나 유류창고 같은 민간 인프라를 폭격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상륙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중국은 1979년 베트남 침공 이래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대만 해협은 가장 좁은 부분이 130km에 지나지 않지만 해류는 강력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는 변화무쌍하다. 상륙 작전에 유리한 시기는 3~5월과 9~10월 뿐이다. 대만의 해변 중 14곳만이 상륙에 적합한데 대만은 모두 견고한 방어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군이 침공 1순위로 노릴 타이베이에 가까울수록 그렇다. 대만은 해안가에 벙커와 터널을 다수 건설해둔 상태다.
중국군(인민해방군)이 대만을 확실하게 점령하려면 30~100만명의 병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군은 대만 인근에 총 2만명 병력의 육군 상륙여단 6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슷한 숫자의 해군 육전대(해병대) 병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상륙함은 개전 1~2일간 2만 명 정도만 수송 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군 수송기는 개전 초 인민해방군 공수부대원 2만 명 중 절반 정도만 수송이 가능하다.
◇한반도도 자유로울 수 없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이 대만을 지키기 위해 개입한다면 북한은 중국의 요청에 따라 상대적으로 군사적 취약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해 한국을 공격하는 것과 함께 중국이 미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는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으로서도 대만 해협을 통한 무역이 어려워져 손을 놓고 있기만 있기 어려워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대만 해협 또는 그 부근을 통과하는 해상교통로는 우리나라 해상 운송량의 33.27%를 차지한다. 이 해상교통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요 자원 및 제품에 한정해도 하루에 4452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KIEP는 분석했다.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다. 대한민국으로선 구한말처럼 국운이 달린 상황이다. 국가 지도자나 국민들 모두 '생존'을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