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4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4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가 대통령 시정연설이나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때 손피켓을 들거나 고성과 막말을 않기로 지난주 신사협정을 맺었다. 여야 대치정국에서 그나마 대화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다. 막말과 고성은 국회 품격 면에서도 퇴출돼야 마땅했다. 이번 신사협정의 첫 시험대는 오는 31일 2024년 예산안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다.

작년 시정연설 때는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반발해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제1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않은 건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국회 본관 입장 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당시 연설 직전 국회의장실에서 갖는 환담 자리에도 민주당은 불참했다. 신사협정을 맺었지만 올해도 불안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경제 실패·민생 파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사전 환담 참석 여부도 미정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여야 지도부와 윤 대통령 간 3자 회담을 제안한 만큼, 비록 환담 자리이긴 하나 참석할 필요가 있다. 3자 회담이 거부된 데 대한 앙심으로 불참하는 건 옹졸해 보인다. 민주당이 큰맘 먹고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협조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점수는 민주당이 받게 된다. 여야 정쟁에 정치혐오증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도 오랜만에 안도감을 가질 것이다.

신사협정의 지속 여부는 민주당이 다음 달 초 처리키로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의 강행 여부로도 판가름난다. 두 법안 모두 여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사회적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고,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해 기업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하는 방송3법 개정안은 야당이 정치권 영향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시민단체 등 친야 성향의 입김을 강화하려는 꼼수가 숨어있다고 의심할 여지가 크다. 이렇게 기업 현장과 공영방송 거버넌스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중대법안을 다수의 힘으로 일방 강행처리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사회에 막대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민주당은 두 법안의 처리를 미루고 최소한 공론의 장에서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신사협정이 준수되느냐 여부는 민주당에 달렸다. 그 첫 시험대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노란봉투법·방송3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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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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