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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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간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비인기 의료 종목에서 봉직하는 한 전문의사의 온라인 게시 글이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29일 '보배드림'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느 신경외과 의사의 블라인드 글'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내용으로 볼 때 글 작성자 A씨는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의료인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의료계에는 소위 말하는 하면 X되는, '외·흉·비·산·소·내·신·신외'라고 의사 내부에서 조롱 받는 8개 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바이탈 비인기과, 소위 말하는 필수의료(?)에 몸담고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라고 소개했다.

그는 "방금 수술처방과 수술 기록지를 쓰다가 문득 내가 방금 한 수술료가 얼만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뇌 수술 가운데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제거술 수술을 했다"면서 "보험이 되면 160,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면 320만원짜리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은 환자가 수술방 들어오고서부터 나갈 때까지 5시가 정도 걸렸다. 그러면 환자가 보통80만원을 내고, 보험공단에서 80만원을 줘서 160만원이 맞춰진다. '일반'으로 적힌 건 소위 말하는 비보험가인데 건강보험이 적용 안되는 사람들에게 받는 비용"이라고 했다. 이런 수술을 받는 환자의 경우 30일간 '산정특례'가 적용돼 본인 부담금의 10%인 8만원만 내면 된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나이 30 중반에 자식 둘 있는 외벌이에 한 달 실수령액으로 400만원 조금 넘게 받고 있다"면서 "로컬에서 미용 일반의로 개업해서 억 소리나게 버는 동기들을 보면 가끔 '현타' 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나름 환자와 보호자들한테서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다 잊혀지더라"고 했다.

또한 "동기나 다른 친구들은 가족 생각해서라도 나와서 돈 벌어라. 너 진짜 병신이냐. 안 쪽팔리냐 등등의 말을 한다"면서 "그래도 난 내 스스로 멋진놈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A씨는 수년 전 자신의 스승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어느 날 스승이 "니 전문의 되고 나서 뭐할 거냐. 이래 어렵게 배우는 건 니 능력으로 되는 것 아니다. 니 앞에 스쳐간 환자·스승·동료·사회시스템이 받쳐줘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승은 "그렇다면 좀 더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인류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고생 좀 더 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그로부터 1년 뒤에 거짓말같이 스승님이 돌아가셨다"며 "그 때문인지 난 더 이렇게 산다. 나 혼자라면 못 버티겠지만 주변에 나랑 비슷한 철없고 멍청하고 순진한 바보들이 몇 명 더 있어서 서로 으샤으샤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끝으로 "요즘 의사들 이래저래 욕 많이 얻어먹는데 그런 와중에도 나같은 놈들도 제법 있다"며 "앞으로 5년, 아니 10년만 이렇게 미련하게 살아볼 것"이라며 웃었다.

한편,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런 분들이 진짜 의사 '선생님'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분", "좋은 스승 밑에 훌륭한 제자", "글을 쓴 분은 참 좋은 사명의식이 있지만, 이런 마음으로 세상 살 사람이 몇이나 될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훌륭한 의사분들을 이용해서 수가가 너무 낮으니 수가나 현실화하고, 의사 증원은 하지 말라고 난리치는 의사들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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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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