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푸틴, ICC 체포영장 발부 후 첫 구소련 밖 중국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 후 처음으로 구소련 밖 국가인 중국을 방문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17·18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할 예정인데요, 시진핑 주석과 어떤 내용의 회담을 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13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ICC는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을 러시아에서 전쟁범죄를 범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에 들어가기 며칠 전 '무제한 협력'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시 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면서 브로맨스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CI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일대일로 틀 안에서 양국이 협력하는 방안이 이번 방중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며, 에너지 분야에서의 새로운 협력과 자국 통화 결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러 교역량은 전년 대비 29.5% 증가했습니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금속, 목재, 농수산물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러시아에 자동차, 가전제품, 소비재를 공급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방중 수행단에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최고경영자(CEO)와 이고리 세친 로스네프트 CEO 등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수장들도 포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군사 협력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러시아를 방문, 군사 협력과 한반도 및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논의한 점에 비춰 이번 양국회담에서 군사 협력이 다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중국은 서방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는 러시아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입니다.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장은 로이터에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군사·핵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공식적인 군사 지원이나 거래 발표는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규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