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지명' 후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성범죄 감형 판결 등 논란
자신과 배우자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이어져
여야 극심 대립도 악재로 작용…35년 만에 임명안 부결
후보군에 오석준·이종석·조희대·홍승면 등 거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표결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부결됐다. 지난 1988년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대법원장 낙마 사례다.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등 개인적 문제도 있었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을 둘러싼 여야의 강경 대치 국면에 발목 잡힌 탓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장·대전고등법원장을 거쳐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 후보가 대법관 출신이 아닌 데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지명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평소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하는 등 사법행정에 대한 소신이 뚜렷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일부 항소심 판결에서 성범죄 피고인의 형량을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감형해준 사실이 알려지고 배우자와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며 여론이 악화하는 기미를 보였다.

처남이 운영하는 가족회사 옥산과 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주식 9억9000만원 상당을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가 보유한 사실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사실도 상당한 부담이 됐다.

이 후보자는 8월29일 직접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일가족이 처가 회사로부터 2013년∼2022년 총 3억456만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는 사실이 추가 공개되면서 여론이 더욱 나빠졌다. 지난달 19∼20일 열린 청문회에선 자녀 편법 증여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표결을 하루 앞두고 사법부 수장 공백의 우려를 내세워 국회에 가결을 호소하면서, 비상장주식 처분 계획도 재차 밝혔지만 부결을 면치 못했다.

여야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 국면 속에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 날짜가 같은 달 21일에서 25일로, 다시 이날로 미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등에 뒷전으로 밀려나면서다.

민주당 내에선 자질 논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결국 의원 175명이 부결에 표를 던졌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35년 만이다. 1988년 정기승 대법관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군사정권에 협력했다는 비판 여론에 낙마한 것이 이제까지 유일했다.

이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대법원장 임명은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검증을 거친 인사를 윤 대통령이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시 본회의에서 국회 동의를 받기까지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 사법부 수장 자리가 12일째 비어있는 상황이라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이미 검증을 거친 인사 중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보로는 오석준 대법관, 이종석 헌법재판관, 조희대 전 대법관,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꼽힌다. 모두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도 함께 검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바로 지명할 경우 빠르면 10월 말∼11월 초에 청문회를 열고 11월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후보군을 물색해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면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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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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