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노인빈곤 정책방향 제시
나이 많을수록 삶 더 힘들어
노인 기초연금 선별적 지원
40년생 이하 빈곤율 40% ↑
기준 낮추고 수급도 늘려야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5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KDI 제공]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25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KDI 제공]
노인 기초연금을 보다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나왔다. 기초연금을 지급할 때 소득 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같이 고려해 상대적으로 노후 대비가 잘 돼있는 저소득 고자산 고령층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남는 재원을 다른 노인복지제도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KDI FOCUS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방향'에서 이 같이 밝혔다. KDI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으로 계산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6년 43.6%에서 2021년 37.7%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전체 인구 빈곤율(15.1%)과 노인빈곤율 간의 차이도 20%포인트 이상이다.

KDI는 현재 노인으로 분류되는 고령층이 세대에 따라 빈곤율과 보유 자산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에 주목했다. 지난 2021년 기준 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 세대의 노인빈곤율은 40% 이상인 반면 50년대생의 노인빈곤율은 40% 이하다. 40년대 후반 출생자와 50년대 전반 출생자는 고작 5년여 격차지만, 노인빈곤율 차이는 16.7%포인트에 달한다.

이 같은 격차가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뤄내면서 40년대 이하 출생자와 50년대 이상 출생자가 얻을 수 있었던 소득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30세 시점 기준으로 1945년생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613달러인 반면, 1950년생은 1699달러로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차이가 30세 이후로도 생애 전반에 걸쳐 나타나, 40년대 이하 출생자는 상대적으로 노후를 대비할 만한 자산 축적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40년대 이하 출생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후보장체제인 국민연금 수급에서도 취약점을 보인다.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처음 도입됐지만, 전국민으로 확대된 것은 1998년이었다. 당시 48~57세였던 40년대생의 경우 연금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현재 받고 있는 수급 금액도 적을 수밖에 없다.

자산을 포괄소득화해서 노인빈곤율을 다시 계산하면 소득만을 고려했을 때보다 7~8%포인트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고령가구는 평균적으로 약 3억 5000만~5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고, 부채는 3000~4000만원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자산 8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저소득 저자산 고령층은 2021년 27.7%로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저소득 고자산 고령층은 10% 정도다.

이승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실질적 경제적 취약계층은 저소득 저자산 유형으로 봐야 한다"며 "40년대 이하 출생 고령자의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은 50% 이상으로 이들에게 정부의 정책지원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2020년 17조원 규모인 기초연금 지출이 2050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급격히 늘어난다"며 "취약계층 대상 노후소득 지원 측면에서도 기초연금의 효과성이 낮은 만큼, 취약계층에 집중해 이들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 고자산 고령층은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의 정책을 활용해 스스로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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