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사퇴·해외출장 법안 논의 25일서 내달 5일로 국감 겹쳐 연내 개청 물건너가
지난해 11월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 모습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청)'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의 연내 개청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여야가 25일 우주항공청 법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려고 했으나, 안건조정위원회가 민주당 원내 지도부 총사퇴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또 다시 미뤄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다음달 5일 안건조정위원회를 다시 열어 우주항공청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우주항공청 조직과 위상, 특례 여부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10월 국감 등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법안 처리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와 여당이 목표로 한 연내 개청은 어려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과학기술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는 25일 오전 10시 열기로 예정했던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논의를 위한 '제4차 회의'를 취소하고, 다음달 5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이날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었다. 앞서 위원회는 3차례 회의를 열고 정부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법안 논의에 속도를 냈다. 이후 실무협의체를 통해 우주항공청 위상과 관련해 조직의 장은 '장관급이 아닌 그 이하'로 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우주청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의견이 갈렸다.
협의체는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소속 차관급으로 만들고, 과기정통부 장관이 맡은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은 폐지하는 대신 우주항공청이 간사 역할을 하는 것 △차관급 우주항공청으로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을 우주항공청장이 맡는 것 △과기정통부 소속이 아닌 우주항공처를 신설하고, 기관장은 장관급과 차관급 중간으로 하면서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것 등의 세 가지 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인 차관급으로 두자는 정부·여당 입장과, 범정부 우주 컨트롤타워를 하려면 과기정통부 소속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우주항공청 산하기관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등을 현행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으로 두겠다는 입장인 반면, 항우연과 천문연은 사실상 조직을 쪼개는 형태라며 정부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항우연은 지난 8일 국회에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 항우연을 우주항공청 소관기관으로 편입시켜 달라고 제안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도 지난 19일 안건위 제3차 회의에서 "우주항공청에 항우연·천문연을 이관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현재 자원을 다 모아도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합을 먼저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구개발 중심으로 한 몸체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우주항공청 이관을 요구했다. 우주항공청 임기제 공무원 특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안은 우주항공청장에게 임용 권한을 부여하고, 직원에게는 백지신탁 면제 등 상당한 권한을 준다는 계획인데, 야당은 이 경우 우주항공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보완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내달 5일 안건위가 열려 우주항공청 설립 관련 최종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연내 개청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법사위, 행안위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중앙행정기관 신설은 행안위에서 정부조직법도 함께 개정해야 해 10월 국감 등을 고려하면 11월 이후에나 국회 본회의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방위는 법안 시행 시점을 본회의 통과 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 연내 개청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법 통과가 11월로 늦춰지면 결국 해를 넘길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민간 우주기업들은 우주항공청 설립 지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우주항공청이 설립돼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지원제도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국회에서 빨리 협의해서 좋은 우주항공청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주항공청 법안 통과 후에도 초대 청장 선임과 우주청 입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됨에 따라 실제 우주정책 컨트롤타워로 우주항공청이 제역할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