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갑작스럽게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자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국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영장청구 시점과도 맞물려 있어서다. '장기 단식'에 따른 동정론으로 당내에서 체포동의안 부결론이 일 경우 계파갈등은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3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행적 집권과 폭정 등을 내세웠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묻어난다.

이 대표 입장에선 검찰 수사와 체포동의안 표결, 자신을 향한 사퇴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석 삼조' 카드다.

지지층 결집 효과도 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 유튜버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 대표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심지어 단식 현장을 찾아 이 대표에게 직접 응원 메시지를 건네기도 한다. 이 대표 역시 단식 천막 아래서 계속 최고위원회의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비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부결 움직임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대표가 오염수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단식까지 하는 상황에서 가결표를 던지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친낙(친이낙연)계인 윤영찬(사진)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왜 단식을 하는 지 국민이 이해해야 하는 데, 국민이 잘 이해하고 계신가"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전했다. 이 대표를 향해 줄곧 비판을 이어가던 이원욱 의원도 "냉소적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단식농성을 엄호하고 나섰다. 한 친명계 인사는 3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 대표 같은 경우 죽기보다 굶기를 더 싫어한다고 들었다"며 "목숨을 건 결의에 찬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비명계를 향해 "체포동의안 가결을 원한다면 본인들이 직접 결단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단식농성까지 깎아내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대표도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추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단식 농성장을 직접 방문해 "오죽하면 이 대표가 여기(단식 농성)까지 왔겠느냐"며 "무도한 세력에 대해 힘을 합쳐서 돌파해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꽉막힌 정국에서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그와 민주당이 택할 최상의 투쟁 방법"이라며 옹호했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내홍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방탄 논란을 두고 양측이 이전투구를 벌일 경우 분당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대표는 당초 검찰에 요구했던 '본회의 없는 주간'인 이달 11~15일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 직후 이 대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은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25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있다 .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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