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부동산 위기 '이중고'
역외서 달러당 7.34위안 찍어
美中 금리차도 2007년來 최고
4000조 '그림자금융' 수면위로

미국과 중국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추이. 높을수록 부도위험이 높다는 의미임.
미국과 중국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추이. 높을수록 부도위험이 높다는 의미임.
중국 위안화 가치가 최근 급락(환율 급등)하고 있다. 디플레이션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위안화 약세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헤지펀드의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업체 디폴트 영향 이어지는 중국 경제= 비구이위안에 앞서 디폴트 위기가 제기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 15'는 외국계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미국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국제적인 지급 불능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헝다 계열사인 톈허홀딩스도 함께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헝다의 이번 파산 신청으로 헝다에 투자한 외국계 투자자들로선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중국 증권 당국은 헝다그룹이 주식시장에서 정보 공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적용해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의 위기에 따라 숨어 있던 금융 불안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처럼 신용을 창출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규제는 받지 않는 금융기업이나 금융상품으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야기한 주범이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총 3조달러(약 400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비구이위안은 홍콩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에서 제외된다.

항셍지수회사는 18일 밤 다음달 4일부터 항셍지수 종목에서 비구이위안의 부동산관리 회사인 컨트리가든서비스홀딩스를 제외하고 중국 제약회사 시노팜(중국의약그룹)을 편입시킨다고 공시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18일 증시 거래 비용을 인하하고 자사주 매입을 지원하며 장기 투자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내 증권거래소들은 오는 28일부터 거래 수수료를 낮출 것이라고 알렸다. 당국의 발표 직후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28일부터 주식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위안화 약세 가속= 역내 위안·달러 및 역외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장중 달러당 7.3175위안, 7.3497위안을 찍었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은 2008년 1월 18일(7.3015위안) 이후 약 16년만의 최고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위안화 가치가 2007년 저점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역내 위안·달러 환율이 7.3280위안을 넘을 경우 2007년 이후 최고가 된다고 전했다. 중국 주요 국유은행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인민은행을 대신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매도했다.

헤지펀드인 EDL캐피털은 역외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면서 위안화 약세가 세계 시장을 요동치게 할 다음 '블랙스완'(검은 백조)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랙스완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을 가리킨다. EDL캐피털 측은 위안화 약세 요인으로 미중간 공급망 분리에 따른 대중국 외국인 투자 감소 및 지정학적 긴장, 인도·베트남 대비 노동시장 경쟁력 약화 등을 꼽았다. 또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고, 중국의 실제 외환보유고도 공식 통계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위안화 약세는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에 따른 달러화 강세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물가·소매판매··산업생산·실업률 등 중국의 7월 경제지표가 줄줄이 부진하게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이 투자자들에게 신탁상품에 대한 지급 의무를 못하는 등 그림자금융 부실 문제도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최근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내린 데 이어 21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중 기준금리 격차는 2007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다만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위안화 약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마자빈 자만 등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전략가들은 "인민은행이 금융 안정 이슈를 야기할 수 있는 대규모 위안화 가치 하락 위험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역외 위안·달러 환율이 7.4위안 부근에서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 권아민 이코노미스트는 "추세적인 중국내 달러 공급 축소, 경기 둔화 및 수출경쟁력 감소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 위안화의 방향은 약세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달러 강세에 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연고점인 1343원까지 치솟다가 18일 3.7원 내린 1338.3원에 마감했다.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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