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M&A 경쟁에 매물가격↑ 건전성 위해 '신중모드' 속도조절 무리한 인수보단 적정 매물 탐색
4대 금융지주. 각 사 제공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그룹이 올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내세웠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 가격만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나금융만이 KDB생명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경영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비금융사업 성과 창출 등을 주요 전략으로 꼽았다.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M&A를 진행해온 신한금융도 새로운 매물을 꾸준히 찾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확대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도 "증권·보험·벤처캐피탈 등 비은행 확대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4대 금융 모두 M&A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추진 말고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KB손해보험, 신한라이프를 인수해 보험 사업 덩치를 불리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현재 KDB생명(약 20조원)은 자산 기준 생보업계 11위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완료해 자산 6조원대인 하나생명과 합병한다면 자산 규모가 26조원으로 커지면서 업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다만 KDB생명 인수 시점부터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을 단행해야 한다는 점은 하나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약 16조6210억원이다. 자기자본이 552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3007%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생명보험사 평균 부채비율(1802%)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KDB생명이 유상증자에 나섰다. 해당 증자에는 현재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뒤 건전성 개선을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 2월 우리벤처파트너스(구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완료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4월 우리벤처파트너스를 방문해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자회사 편입은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 인수와 관련해서는 잠잠하다. 우리벤처파트너스 M&A 작업도 임 회장이 취임하기 이전인 지난해부터 추진되기 시작됐다.
이처럼 금융권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비은행을 강화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에 매물 가격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4대 금융은 하지만 원하는 매물이 나오면 모두 언제든 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금융지주들이 원하고 있는 매물이 종류가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면 오히려 가격만 오를 수 있다"면서 "무리해서 인수를 추진하기 보다는 적당한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