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피해 맞먹는 규모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라온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병사와 그의 부상 이전의 모습.   [트위터 갈무리]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라온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병사와 그의 부상 이전의 모습. [트위터 갈무리]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요. 다신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어요."

19세 우크라이나 여군 루슬라나 다닐키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변해버린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돌아보며 슬픔을 억눌렀다.

그는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 최전선 인근에서 포격을 받았고, 포탄 파편에 왼쪽 다리 무릎 위아래를 잃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닐키나처럼 수족을 잃은 우크라이나인 숫자는 얼마나 될까.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병원과 구호단체, 의족업체 등의 수치를 종합한 결과 2만~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나 영국의 피해 규모와 거의 맞먹는 규모다. 1차 대전 때는 절단술이 부상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로 인해 약 6만7000명의 독일인과 4만1000명의 영국인이 팔·다리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통상 최전선 5km 이내 지역에서 부상한 군인 100명 중 36%가 중상을 입는다. 또 전 병력의 5~10%가 목숨을 잃는다. 미군의 경우 최근 분쟁 지역 전사자 비율은 1.3~2%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절단 수술 사례가 발생하는 현장으로 꼽힌다. 자포리자 지역에선 매일 40~80건의 절단술이 행해진다. 그같은 피해를 키운 주 요인 중 하나는 장장 1000km에 달하는 최전선 지대에 깔린 지뢰다.

성형외과 전문의였던 코스챤틴 밀리챠는 이젠 사지 절단술에 더 많이 투입된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치과 의사 만큼 많은 사지 절단 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환자들은 수술 뒤 90일이 지나야 의수·의족 장착이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수차례 의수의족을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수족 절단 환자를 돕는 독일의 세계 최대 보철 제조업체 오토복(Ottobock)은 정부와 의료기관 자료를 토대로 우크라이나인 절단 환자 수를 5만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자선단체 '후프 재단'은 공식적인 정부 자료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쟁에 의한 중상자는 20만명으로 본다. 중상자의 10%가량은 절단 수술이 필요하다.

이처럼 엄청난 중상자 규모는 러시아가 군인과 민간인을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지뢰와 포, 미사일, 드론 공격을 퍼붓는 전쟁 양상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 초기엔 포격과 미사일 공습이 주로 중상을 야기했다. 이젠 전선을 따라 길게 매설된 지뢰가 주요 원인이다.

여군 다닐키나는 서부 도시 르비우의 구호단체 '슈퍼휴먼스'의 도움으로 5차례의 수술을 거쳐 오토복 의족을 달았다. 우크라이나 중부 크로피우니츠키 출신의 24세 전직 철강 노동자 데니스 흐리벤코는 지난해 징집돼 올 1월 동부 바흐무트 전투에서 두 다리와 왼팔을 잃었다. 부상 전 185cm였던 키가 의족을 단 지금은 170cm로 줄었다.

7세 여아 올렉산드라 파스칼. 그는 지난해 5월 남부 도시 오데사 인근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한쪽 다리를 잃었다. 이 소녀도 현재 의족을 단 뒤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폭발로 청력을 부분 상실한 소녀의 어머니 마리야는 딸이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인 환상 통증으로 수시로 밤에 잠을 깬다고 말했다.

러시아 침공 전엔 우크라이나에서의 사지 절단 사례는 수천 건이었다. 그런데도 의료보장체계가 이를 감당 못해 의수의족을 받기까지 1년 이상 걸렸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서부 르이우의 의사들이 시행한 사지 절단 수술 건수는 5만3000건을 넘는다.

모든 중상자가 곧바로 인공 팔·다리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용도 만만찮다. 많은 환자는 5만5000 달러(약 7000만원)에 달하는 의족을 구하려면 구호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족을 잃은 군인에게 최대 2만 유로(약 2800만원)를 보상해준다. 오토복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겐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올가 루드녜바 슈퍼휴먼스 대표는 "환자들은 인체 위축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절단 후 늦어도 90일 이내에 의족 시술을 받아야 하지만 많은 사람이 1년 이상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우크라이나 전선 바흐무트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의무대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선 바흐무트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의무대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병원에서 한 군인의 수술에 대해 의료진이 상의하는 가운데 군인의 여자친구(오른쪽)가 기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병원에서 한 군인의 수술에 대해 의료진이 상의하는 가운데 군인의 여자친구(오른쪽)가 기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광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