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극저온 냉동기 실물크기에 놀라 전기배선처럼 일정한 간격 얽혀 큐비트로 중첩 특성 초고속 연산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아는데 모르는 양자의 세계' 전시품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초전도 50큐비트 양자컴퓨터' 실물 모형.
국립중앙과학관 '양자의 세계' 전시회 가보니…
"일반 컴퓨터에 CPU(중앙처리장치)가 있다면 양자컴퓨터에는 QPU(양자처리장치)가 있습니다. 맨 아래 보이는 게 바로 초전도 기반의 큐비트 칩인 QPU입니다."
25일 오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 로비. 양자과학기술 분야 연구성과를 보여주는 '아는데 모르는 양자의 세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부스 입구에는 신라 금관같이 생긴 화려한 전시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의 실물 크기 모형이다. 정확하게는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극저온 냉동기'에 해당한다.
극저온 냉동기에는 가는 금색 선(線)들이 마치 전기배선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얽혀 있었다. 그 중 일부는 둥근 모양으로 꼬였다가 다시 다른 선들과 연결됐다.
마치 추상표현주의 예술가의 작품을 보는 듯했다. 맨 아래에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양자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큐비트 칩(QPU)'이, 그 옆에 신호를 한 방향으로 전달하는 '아이솔레이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초전도 50큐비트 양자컴퓨터'의 극저온 냉동기 모습.
그 위로는 열전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금도금 구리판'과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 주는 '헬륨가스관', 약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신호 증폭기' 등 주요 부품들이 줄지어 있었다. 열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신호선을 포함한 모든 부품은 금으로 도금됐다. 양자컴퓨터는 중첩, 얽힘 등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연산을 처리한다.
안태범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은 "일반 컴퓨터가 0과 1의 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를 사용하면서 얽힘·중첩 특성을 통해 한 번에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 초고속 연산이 가능하다"며 "표준연의 양자컴퓨터는 50큐비트로, QPU 50개가 들어있는데, 이는 한번에 2의 50승인 1000조번의 연산처리가 가능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안태범(왼쪽)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이 과학관 사이언스 홀에서 관람객들에게 양자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양자컴퓨터는 200초 만에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을 정도로 양자컴퓨터는 극강의 성능을 보여준다. 구글, IBM 등이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도 표준연의 양자컴퓨터와 비슷한 모습을 띤다. 정부는 양자컴퓨팅 시대를 대비해 오는 2030년초까지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이동통신 3사가 개발 중인 양자통신 부품과 암호장비 등도 전시돼 있었다. 양자를 활용해 복제와 도청이 불가능하고 해킹 시도를 식별할 수 있는 '양자암호키 분배장비'와, 양자컴퓨팅 환경에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장비'를 볼 수 있었다. 통신 3사는 양자통신 시대를 맞아 양자통신과 양자암호기술 상용화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미시세계의 최소 물질단위를 빛 알갱이(광자)까지 정확하게 식별하는 '양자 라이다'와, 뇌에서 미세하게 발생하는 자기장을 비침습·비접촉 방식으로 측정해 뇌질환 등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뇌자도 측정장비'도 선보였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양자기술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기본 개념부터 연구성과, 기술적 활용까지 양자 세계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