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 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한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동료 교사들의 '학부모 갑질'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202X년부터 서이초에서 근무했었거나, 현재도 근무하는 교사들의 제보를 받았다"며 "고인의 사인이 개인적 사유에 있다는 일부 보도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짊어져야 할 고질적인 문제를 전혀 짚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개탄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최근 2~3년 동안 서이초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의 제보를 취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교사는 학교폭력 민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으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는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밝혔다.

숨진 교사와 함께 근무한 B교사는 "경력이 있었던 나도 힘이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였다"며 "울면서 찾아온 후배 교사에게는 위로를 해 주고 도움을 준 적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그러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노조는 또한 숨진 교사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 사건과 관련된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노조에 알린 C교사는 소름이 끼친다고 하며 고인이 방학 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으며, 출근할 때 소리 지르는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D교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노조에 전했다.

노조는 교사들의 이같은 제보 내용을 공개하며 "아직 경찰에선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는 의견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추가 제보를 받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해당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과 교육당국은 유족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분향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근조화환 약 110여개가 늘어선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분향소에는 오전 11시30분께까지 약 31명의 조문객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헌화가 시작된 오전 10시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분향소에 들어선 한국교원대 신입생 김재황(19) 씨는 오전 5시30분께 인천에서 출발해 서이초를 먼저 찾은 뒤 이곳에 도착했다. 검은 옷과 마스크를 갖춘 김씨는 "요즘 교사 관련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어쩌면 이 일들이 친구나 동기·선배의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이 이런 사건을 보면서 다른 일을 하겠다고 자격증,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거나 사교육으로 가겠다고 말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2년 차 교사 정혜승(27) 씨는 본가인 대구에서 올라와 고인을 추모했다. 정씨는 "남 일 같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추모하러 왔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개선되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년 차 교사 A(43) 씨는 학부모의 항의와 협박에 버티다 못해 올해 5월 휴직을 신청했다고 했다. A씨는 "학교폭력 가해자 학부모가 어떻게 우리 아이를 사과시킬 수 있냐며 정서적으로 우리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이런 일이 생겨도 교권 회복을 위한다며 내용도 별로 도움 안 되는 교사 연수만 시킬 것이라고 선생님들끼리 얘기했다"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날 학교는 "21일부터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앞 추모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추모 장소 변경을 안내했지만, 학교를 찾은 추모객을 위해 정문을 개방하고 임시 추모공간도 그대로 뒀다.

학교 담장은 전날 동료 교사들이 보낸 근조화환 1500여개와 애도와 항의 메시지를 담은 수백개의 포스트잇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는 오모 씨는 "처음에 학교에서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었다"며 "담임 교사가 학부모의 모든 화살을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맞아야 한다.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고인이 된 서이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를 향한 추모의 화환들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고인이 된 서이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를 향한 추모의 화환들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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