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반대한다
제이슨 브레넌 지음/홍권희 옮김/아라크네 펴냄

어떤 사람은 민주제보다 더 나은 정치제도가 없기 때문에 '역사는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민주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제는 정말 완벽한 체제일까? 지금 세계 모든 국가가 민주제를 도입해 살고 있는데, 뭔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민주주의를 의심할 여지없이 당연히 지향할 가치로 여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훌륭한 정치체제이기는커녕 오히려 해롭다고 주장하는 정치학자가 있다. 책의 저자는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는 하나의 도구로 볼 때 결코 유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선거제도의 맹점에 주목한다. 그는 유권자를 호빗·훌리건·벌컨 등 세 유형으로 분류한다.

호빗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반지의 제왕' 속 호빗족에게서 빌려 온 것으로,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 지식도 많지 않은 비투표자다. 스포츠의 광적인 팬을 뜻하는 훌리건은 극렬 정치 팬을 말한다. 이들은 정치에 관해 확고한 신념을 지녔지만, 정치 지식을 편향된 방식으로 소비한다.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유권자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벌컨은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뾰족한 귀의 벌컨족에게서 빌려 온 것으로, 아주 이성적인 유권자를 뜻한다. 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있지만 편향적이지 않으며, 증거를 바탕으로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상적인 민주주의 이론은 시민이 벌컨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브레넌은 대부분의 시민은 호빗 아니면 훌리건이며, 스스로 벌컨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사실은 훌리건에 더 가깝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사람이 벌컨이 돼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주장에 불편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악역을 마다않고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고 고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참고 들어볼 가치가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