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1차관 "한러관계 관리 방정식 있어…그렇게 악화될 일 아냐" 정치 복귀를 예고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7일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철 지난 '자유주의' 깃발을 흔들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부정하고 있다"며 "얼치기 이념 외교와 터무니없는 미국 대통령 흉내를 내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일 동맹을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진출하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며 "군사적 지원을 암시하고 '사즉생 생즉사'의 각오로 함께 싸우겠다며 러시아를 사실상 적으로 돌리고 있다. 너무도 무모하고 위험하다. 멈춰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또 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지적하며 "나 홀로 '탈중국'의 길을 걷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판돈으로 위험천만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뒤 현재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 전 실장은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회 명사 특강에서 "다시 국민과 손잡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회복할 때까지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공개 정치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따른 한러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가 상당히 경계하는 새로운 (지원) 분야가 추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러시아 대사 출신인 장 차관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러시아와의 관계는 파탄 내는 거냐는 일부 야당 의원들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관계를 관리하는 양국 간 나름의 '방정식'이 있다며 "특수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선까지 서로 용인하면서 관계를 관리하는, 말하자면 일종의 묵계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살상무기 지원 같은 것은 러시아 측에서도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그 방정식에 대입해 보면 이번에 대통령이 가셨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관계가)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계기로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으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군수 물자 지원 확대 계획 등을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원칙은 유지했다. 장 차관도 이날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살상무기 지원에는 정부가 선을 긋고 있는 만큼 한러관계도 여전히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021년 6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주제의 전국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