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압박으로 시작된 밀가루·라면 가격 인하가 밀가루를 주원재료로 하지 않는 식품시장에도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동원은 이달 통조림 제품 5종의 가격을 올리려다 인상 계획을 긴급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전국 편의점에는 이들 제품에 대한 '인상 계획 긴급 취소'가 공지됐다. 이에 인상 계획이 반영된 새가격표로 제품 가격표를 교체하려던 점주들은 해당 가격표를 폐기하고 있다.
당초 동원은 이달부터 스위트콘 340g을 2400원(편의점 판매가 기준)에서 3000원으로 25% 인상할 계획이었다. 백도 400g, 지중해 황도 410g, 돌(Dole) 파인애플캔 439g은 3500원에서 4000원으로 각 14.3% 올릴 예정이었다. 자연산꽁치 300g도 5000원에서 5500원으로 10% 인상하는 것을 계획했었다.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취소한 것에 대해 동원F&B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있지만 국민 물가를 고려해 인상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제분·라면업계를 필두로 과자, 빵 등 식품업계가 연이어 가격을 내리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6일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를 소집해 하락한 밀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한제분은 이달 1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4% 내리기로 했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라면·제빵·제과업계도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따라 최근 가격을 잇따라 인하했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의 라면 업체와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해태제과, SPC 등 제과·제빵 업체가 일부 제품 가격을 내린 상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제품 가격에 초집중돼 있는 데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까지 세지고 있어 현 시점에 가격을 올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라며 "실적에 대한 우려를 감내하더라도 현 시점에선 가격 인상을 보류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