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해수부·환경부 등 4곳
용산 참모들 차관에 전진 배치
日 오염수·태양광사업 등 담당
실세 차관 발탁에 관가는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취임 후 첫 개각에서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각 부처 차관으로 대거 전진 배치했다.

윤석열 정부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이른 바 '윤심'(尹心) 참모들이 행정부에서 노동·연금·교육개혁을 비롯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장관 대신 차관을 쇄신해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차관급 13명 중 5명이 대통령실 비서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 환경부 차관에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국토교통부 1차관과 2차관으로는 김오진 관리비서관,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 해양수산부 차관에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이 발탁됐다.

기획재정부 2차관에는 김완섭 현 기재부 예산실장, 외교부 2차관에 오영주 주베트남 특명전권대사, 통일부 차관에 문승현 주태국 대사, 문체부 2차관에 장미란 교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한훈 통계청장, 고용노동부 차관에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 오기웅 현 중기부 기획조정실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은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전임교수 등이 내정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우리가 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부처에 좀 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무와 실무를 모두 겸비해야 하는 자리인 차관에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한 일부 비서관들이 내정된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비서관들이 차출된 부처는 국토부와 해수부, 환경부, 과기부 등 4곳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전세사기 등 부동산 관련 현안과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등 노동개혁의 일부 현안을 다루고 있다. 이례적으로 1차관과 2차관이 동시 교체됐다.

부동산을 총괄하는 1차관에 내정된 김 비서관은 청와대 이전과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등 용산시대 개막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국토부 관련 업무 경험은 없다. 교통물류정책을 총괄하는 2차관에 내정된 백 비서관은 국토부 출신이라 도시정책 등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수부는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대처해야 한다. 대통령실에서 국정기획을 담당한 박 비서관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기획재정부 출신이라 해수부와의 접점은 약하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감사와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담당한다.

임 비서관은 국무총리실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정통관료이나 환경 관련 경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는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우주·과학기술, 에너지 등의 연구개발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고 있다.

조 비서관은 원자력 등 에너지 전문가다. 아주대에서 에너지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3년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위원, 2014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방문연구원,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우주항공청 설립 등 과학계 현안뿐 아니라 해수부, 환경부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사태에 대한 과학적 대응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비서관들이 차관으로 이동하면 부처 조직 정비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차관으로 내정된 비서관들에게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과 과감하게 맞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비서관들을 격려하면서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가 아닌,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다. 이를 깨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자 국민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카르텔을 제대로 보지 않고 외면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 봐야 다 허무맹랑한 소리밖에 안된다. 이권 카르텔들이 달려들어 정책을 무너뜨리고 실제 집행되는 과정에서 엉뚱한 짓을 하게 돼 있다"며 "부패한 이권카르텔을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맞서기를 두려워한다고 하지만 이 카르텔을,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비서관 출신 '실세' 차관들이 부처 장악력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장관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보면 비서관들이 차관으로 나가는 것은 거의 상당히 일반화된 코스"라며 "윤석열 정부만 이렇게 특별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