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여전히 많고 노조도 걸림돌
과감하게 투자할 요인 찾지못해
秋, 대·중견기업 만남서 요청불구
실적악화속 국내투자 깊은 고민

민간 기업의 투자는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따른 과감한 투자가 기업의 성장과 국가경제 발전을 이끈다고 봤다.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 전 덮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세계교역 규모를 급감시키면서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위기 돌파의 해결책으로 투자 확대를 꼽고 반도체 이차전지 등 유망 산업과 품목을 정해 기업에 적극적 투자를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기업인들이 야성적 충동을 느낄 만한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출과 수익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자금 여력이 딸리는 데다 고금리로 인해 자금 차입도 쉽지 않다. 정부 지원이 확대됐지만 경쟁국보다 불리하며, 임금 수준은 높고 경직된 제도와 규제는 여전하다. 게다가 거대 야당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 추궁을 어렵게 하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최저임금 인상폭도 불확실해 섣불리 투자를 늘리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중견기업인들과 만나 "전반적인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와 수출이 가장 중요하다"며 "세제 혜택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일 대기업들과 가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간담회에서도 투자를 독려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1분기 성장·수익성 지표는 일제히 나빠졌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1042개(제조업 1만858개·비제조업 1만184개)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견줘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조업 매출은 2.1% 뒷걸음쳤다. 비제조업의 매출 증가율도 3개월 만에 12.6%에서 3.6%로 급락했다.

수익성 지표 악화도 뚜렷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2.8%)과 세전 순이익률(5.0%) 모두 지난해 1분기(6.3%, 8.1%)보다 3%포인트 안팎 추락했다. 비제조업(4.0%→3.2%)보다 제조업(8.4%→2.5%)의 영업이익률이 더 많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설비 투자는 부진한 모습이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달보다 2.2% 줄었다. 규제 폭증 등의 영향으로 2017년 이후 5년간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감소했다. 반면 해외 투자는 급증했다. 국내 임금 수준이 경쟁국 대비 급격히 상승하는 등 고비용 구조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았다.

환율을 반영한 실질최저시급을 보면 한국은 2017년 6.82달러에서 2021년 8.76달러로 28.4% 뛰었다. 같은 기간 영국(10.7%), 미국(-9.5%), 프랑스(-0.2%) 등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무역협회(무협)가 무역업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484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3.9%가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14.5%는 인하하길 원했다. 전경련은 현재 9620원인 최저임금이 내년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이날 내놨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벗어난 높은 상속세율이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가업 승계와 일자리 유지를 어렵게 한다며 승계 부담 완화 등을 포함한 조세제도 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선 국내든 해외든 여건이 좋은 데 투자하게 된다"며 "국가 전략기술이나 미래산업만이 아니라 전통산업 등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줘야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만 한시적으로 시행 예정인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다른 나라처럼 10년 정도 지속해야 한다"며 "투자 발목을 잡는 규제들도 풀어줘야 하는데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은희·최상현기자 ehpark@dt.co.kr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마포구 상장회사 회관에서 열린 중견 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마포구 상장회사 회관에서 열린 중견 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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