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라면판매대에서 직원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라면판매대에서 직원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15년만에 최고치를 찍은 라면물가에 정부가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라면업계는 "당장은 내리기 어렵다"며 버티기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26일 라면업계에선 제품가격을 내리려면 먼저 제분업계의 밀가루 공급가부터 내려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밀가루 공급가가 내려가더라도 밀을 제외한 다른 제반비용 상승분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라면가격이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가격인하 방어막'을 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라면 업계는 공통적으로 밀 국제 시세와 라면 가격 간에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데에 주장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가루를 국내 제분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아직까지 작년 인상분 그대로 공급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등 제분업체의 밀가루 공급가격이 먼저 내려가야 라면가격 인하를 검토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라면기업들은 제분업체가 밀가루 가격을 인하할 경우, 그에 따른 가격인하를 검토할 것인지에 대해선 입장이 제각각이다.

농심은 "검토할 예정"인 반면, 오뚜기는 "(방침이)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며, 삼양식품은 "지금은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답변만 가능하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정부 압박에 제분업계가 밀가루 공급가를 낮춘다고 해도 이들 기업이 가격을 내릴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또 이들 라면기업들은 밀가루 외 원재료 부담분도 라면 가격 정책에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라면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 가량이다.

이와 관련해 농심 측은 "전분이 65% 상승했고, 분말스프 제조비용은 8% 상승했다. 팜유는 14% 하락(2022년 9월 대비 2023년 5월)했다"면서 "(비용)상승분에 따른 추가부담 예상액이 약 550억 ~ 600억원이고, (비용)하락분에 따른 절감 예상액이 약 100억원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제분사를 통해 공급받는 밀 가격은 여전히 높은 편이고 밀가루뿐만 아니라 전분, 스프 원료 등을 비롯해 물류, 인건비 등 제반 비용들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라면가격 인하 요청이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온 것도 아니고, 관련 내용이 방송을 통해 언급된 부분이라 업체들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밀을 제외한 다른 여러 제반비용들이 상승한 상황이라 당장 내리기엔 업체들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내릴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국제 밀 시세가 내렸으니 지금당장 제품 가격을 내리라고 하는데,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라며 "내려간 밀 선물가격이 적용되는 시점, 다시 말해 해당 선물가격으로 들여온 밀을 공장에 투입하는 시점은 최소 몇달 후가 되는 것인데, 몇개월 후에는 밀가루 가격을 내릴거다 , 안 내릴거다라고 현 시점에서 단언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당장 밀 선물가격은 추 부총리가 라면 가격을 얘기했을 당시부터 다시 올라간 상황이다. 엘리뇨 현상으로 인한 건조기후로 밀 재배량이 떨어질 거란 예측 때문에 최근 2주간 선물가격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8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 대비 약 50%, 작년 말 대비로 약 20% 정도 내렸다"라며 "이에 맞춰 기업들이 (라면값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추 부총리 발언 이후 선뜻 가격을 내리겠다고 나선 업체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9월 농심이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자 바로 다음 달 팔도와 오뚜기가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올렸고, 삼양식품은 11월에 라면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14.7%)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수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