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라면업계에선 제품가격을 내리려면 먼저 제분업계의 밀가루 공급가부터 내려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밀가루 공급가가 내려가더라도 밀을 제외한 다른 제반비용 상승분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각에선 라면가격이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가격인하 방어막'을 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라면 업계는 공통적으로 밀 국제 시세와 라면 가격 간에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데에 주장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가루를 국내 제분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아직까지 작년 인상분 그대로 공급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등 제분업체의 밀가루 공급가격이 먼저 내려가야 라면가격 인하를 검토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라면기업들은 제분업체가 밀가루 가격을 인하할 경우, 그에 따른 가격인하를 검토할 것인지에 대해선 입장이 제각각이다.
농심은 "검토할 예정"인 반면, 오뚜기는 "(방침이)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며, 삼양식품은 "지금은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답변만 가능하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정부 압박에 제분업계가 밀가루 공급가를 낮춘다고 해도 이들 기업이 가격을 내릴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또 이들 라면기업들은 밀가루 외 원재료 부담분도 라면 가격 정책에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라면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 가량이다.
이와 관련해 농심 측은 "전분이 65% 상승했고, 분말스프 제조비용은 8% 상승했다. 팜유는 14% 하락(2022년 9월 대비 2023년 5월)했다"면서 "(비용)상승분에 따른 추가부담 예상액이 약 550억 ~ 600억원이고, (비용)하락분에 따른 절감 예상액이 약 100억원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제분사를 통해 공급받는 밀 가격은 여전히 높은 편이고 밀가루뿐만 아니라 전분, 스프 원료 등을 비롯해 물류, 인건비 등 제반 비용들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라면가격 인하 요청이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온 것도 아니고, 관련 내용이 방송을 통해 언급된 부분이라 업체들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밀을 제외한 다른 여러 제반비용들이 상승한 상황이라 당장 내리기엔 업체들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내릴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국제 밀 시세가 내렸으니 지금당장 제품 가격을 내리라고 하는데,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라며 "내려간 밀 선물가격이 적용되는 시점, 다시 말해 해당 선물가격으로 들여온 밀을 공장에 투입하는 시점은 최소 몇달 후가 되는 것인데, 몇개월 후에는 밀가루 가격을 내릴거다 , 안 내릴거다라고 현 시점에서 단언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당장 밀 선물가격은 추 부총리가 라면 가격을 얘기했을 당시부터 다시 올라간 상황이다. 엘리뇨 현상으로 인한 건조기후로 밀 재배량이 떨어질 거란 예측 때문에 최근 2주간 선물가격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8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 대비 약 50%, 작년 말 대비로 약 20% 정도 내렸다"라며 "이에 맞춰 기업들이 (라면값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추 부총리 발언 이후 선뜻 가격을 내리겠다고 나선 업체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9월 농심이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자 바로 다음 달 팔도와 오뚜기가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올렸고, 삼양식품은 11월에 라면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14.7%)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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