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델리오 출금중단 후폭풍 #사례1. A씨는 연초부터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고 전세금을 하루인베스트의 연이율 12% 상품에 가상자산으로 예치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율이 6%라고 해도 6%가 남기 때문이다. 10억원 가량을 예치했을 때 가상자산 이자로만 1억원 이상을 받으니 이자를 내도 5000만원 이상 남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하루인베스트가 돌연 출금을 중단하면서 전세금이 몽땅 묶이게 됐다. 하루인베스트가 제도권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융감독원은 나 몰라라 하고, 일반인들은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한 투자자까지 싸잡아 욕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사례2. B씨는 델리오에 퇴직금을 전부 예치했다. 딸들에게 권해 소비 지출을 줄이고 꾸준히 델리오 예치 상품 상품에 자금을 넣도록 했다. 예치 사업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당국의 실사를 거쳐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증을 받은 기업이라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인베스트에 이어 델리오까지 중단되면서 막막한 마음에 지난 토요일 선약까지 취소하고 델리오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정상호 대표는 "손실 규모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최근 국내 씨파이(CeFi·중앙화금융) 플랫폼인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가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의 출금을 중단한 가운데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하루인베스트 피해자 모임', '델리오 법적 대응방' 등 관련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각각 580명, 350명 가량이 참가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예치 금액은 수천만원에서 수십 수백억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연령대는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많은 20~3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이지만 40대와 50대 피해자들도 있다. 사연도 제각각이다. 하루인베스트나 델리오 예치 서비스에 3년간 꾸준히 장기 투자 했다는 고객도, 높은 연이율을 보고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든 고객도 있다. 오픈 카톡방에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와 국회의원 의원실에 민원을 넣고 자체적으로 피해 금액을 인증, 이와 별개로 경찰 및 검찰에 고소장도 접수하고 있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지난 16일 투자자 100여명을 대리해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이번 주 내로는 형사 고소와 회생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이정엽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고객의 가상자산을 예치받아 운용함에 있어 위험한 운용방법을 묵비하고 고객이 승낙할 가능성이 없는 위험한 선물, 옵션 등 거래를 위탁했다"며 "두 예치 서비스는 가상자산을 그 대상으로 했을뿐 사실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단 소송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하루인베스트의 경우 영업은 주로 국내에서 했으나 법인이 싱가포르에 등록돼있고, 가상자산사업자(VASP)로도 등록돼 있지 않아 승소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투자금 피해를 본 상태에서 추가로 소송 비용을 부담하기도 쉽지 않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예치금 환수 가능성은 낮은데 높은 수임료를 주고 소송에 착수하는 건 법무법인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는 주장과 "단체 행동을 해야 자금회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당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적극적으로 피해자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는 법무법인은 엘케이비앤파트너스와 디센트 법률사무소다.
이장우 한국회계학회 가상자산위원(한양대 겸임교수)는 "(하루나 델리오 관계자의) 개인 지갑에 있는 금액은 물리적으로 통제하긴 어렵지만, 국내 거래소 차원에서는 일부 자금을 동결한 것으로 알고 있고, 당국 차원에서 해외 거래소에 있는 자금도 협조 요청을 통해 동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처벌은 처벌이고 일단 회수할 자금이 남아있으면 일말의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집단 소송에 대해서도 "우선 피해자들의 의견을 모아 공통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당국에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당국이 특금법에 대한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면서 "하루인베스트도 델리오처럼 가상자산관리업으로 신고를 받았어야 했는데 사실상 감독당국이 묵인하고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가 제대로 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 만큼 국가 고유 과실로 배상 책임을 거론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령으로 가상자산 투자 카테고리를 만들어 가상자산 투자·관리 사업자를 신고 대상으로 명확히 하고, 신고 외의 영업에 대해선 고발과 시정명령 조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운용사인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각각 지난 13일과 14일 출금중단을 공지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출금 중단 이후 하루 만에 "위탁운영사 중 하나인 B&S홀딩스(구 아벤투스)가 경영보고서를 허위로 제공해 회사와 이용자를 속이는 행위를 했다"고 밝힌 후, 이날 오전 "투자자 자산의 손실 여부와 범위를 조사 중"이라는 추가 공지만 올린 상황이다. 공식 미디움·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은 폐쇄돼 있다.
하루인베스트에 일부 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알려진 델리오는 지난 17일 투자자 보고 회의를 개최, 정상호 대표가 직접 투자자들을 만나 "하루인베스트로부터 손실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제3자 유상증자나 회사 매각을 통해서라도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구체적인 손실규모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