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삼성반도체 침체 현장 반도체 감산 여파로 이탈 러시 상가 매출 줄어 공실률 치솟아 기업 속도조절에 지역경제 흔들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한 건물 상가에 임대를 한다는 광고문구가 붙어있다. 인근 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음식점 매출은 반년 새 20% 이상 급감했고 원룸 월세 가격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른 감산과 공장 증설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사업장이 위치한 평택 주변 상권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월 60만원에 이르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원룸 임대료는 월 35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빈 원룸이 늘고 있다. 상가 공실률은 치솟고 있으며,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 사장들의 얘기다. 반도체 경기가 좋았던 몇년전과는 확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15일 낮에 찾은 평택캠퍼스 인근 삼성로 일대. 원룸 임차인을 구한다는 광고 문구가 여기저기 빈 점포 앞에 붙어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난해보다 지역 상권이 확연히 위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로 일대 G 김밥 프렌차이즈 점주 이모(52·여)씨는 "반도체 공장 증설 공정을 늦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벌써 1만5000명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가게 매출도 감소하면서 3월 15%, 4월 10% 줄었고 5월에는 20% 가까이 빠졌다"며 "인근 상가엔 점포 주인이 바뀐 곳이 적지 않고 원룸 공실도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 커피프렌차이즈 아르바이트생 신모(23·여)씨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올들어 20~3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와 공장 증설에 투입된 일용직 건설근로자 등으로 하루 6만여명의 유동인구가 북적였었다. 임대 광고문구를 붙인 빈 점포 근처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일하는 김모(50)씨는 "상가 공실 또한 크게 늘었고, 문을 닫은 중개사 가게도 많다"며 "전반적으로 경기까지 안좋아지면서 주변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인근의 평택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5.3%, 2분기 5.7%, 3분기 6.3%, 4분기 7.4%로 분기마다 높아지다가 올해 1분기엔 8.4%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 일대 상인들은 반도체 불황 장기화와 함께 부동산 경기 악화까지 겹치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건설노동자 김모씨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변 건설 현장에선 착공이 미뤄진 곳들이 많다"며 "몇 년전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일당 15만~16만원까지 받았었는데 지금은 12만~13만원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인들은 삼성전자 공장 증설이 속도를 내는 시점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