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부·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앞세워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과학이 통하지 않는' 불안감 해소엔 역부족이다. 야당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친 광우병 사태의 닮은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은 총선 악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8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를 열어 "오염수 처리의 과학적 안전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수산물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밝혔다. '방사능 괴담이 어민 피해로 이어진다'며 소비활성화와 수산업계 경영난 극복 등 단기 수산물 소비충격 대응책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지금까지 해양 및 수산물 방사능 검사결과, 원전사고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면서도 △해양방사능 조사지점 확대(92개→200개) △세슘·삼중수소 농도분석 주기 단축(핵종별 1~3개월→2주) △수산물 대형 위판장 43곳의 '유통 전 국내산 전(全)어종 검사' 체계 구축 등 강화된 조치를 내놨다.
당정은 '오염수 가짜뉴스·괴담 실시간 모니터링' 방침을 밝히며, 정부의 일일브리핑을 통한 정정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또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인터넷 포털과 협업해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산물 해양 방사능의 시각적 안전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어업현장에서 옥외 전광판을 활용해 수산물 방사능 오염도를 알리는 '방사능 신호등 체계'를 확대한다고 전했다. 당정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따른다면 오염수 방류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국회에서 밝힌 점을 부각시켰다. 또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15일부터 일일브리핑에 나섰다. 우리 해역 모니터링 결과, 방사능 농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침수 사고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 수산물 역시 2011년 사고 이후 생산단계에서 2만 9667건, 유통단계에서 4만5948건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적합했다고 한다.
다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설득까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매주 이 문제를 부각하며 정부를 성토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진영논리가 작동하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다.
오염수 논쟁과 정부의 대응이 모두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고, 2년 동안 오염수가 밖으로 나갔는데 우리나라에 아무것도 영향이 없었다"며 "반핵·반일 정치판, 광우병 선동 비슷하게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명예교수는 "시찰단을 잘못 구성했다. (민간전문가 없이) 원안위, 국책기관에 있는 준(準)공무원들만 보낸 게 잘못"이라며 "대응전략도 시버트(Sv)니 베크렐(Bq)이니,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국민에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 원자력안전 전공자들에 따르면 지금 후쿠시마 원전에서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한 삼중수소가 1년에 3g 방출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의 냉각 배출수에선 1년에 5g이고 삼중수소 화학성분이 물과 똑같아 (햇볕에) 증발돼버린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해안에서 2~3km 나가면 희석돼 바닷물에 커피한잔 쏟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라며 "과학을 갖고 얘기하면 될 건데 이게 자꾸 '위험하다'는 전제 하에 얘기하고 있지않나"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원안위원 대부분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라고 소극적 대응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서울공관에서 당정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중대 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