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모습.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골프장 모습.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전동카트가 넘어지면서 이용객이 뇌사 판정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카트를 운전한 캐디는 나흘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골프카트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가벼운 접촉 사고가 많지만 이번 사고처럼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골프장에서는 늘상 카트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골프카트는 자동차 관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골프장 내 카트 길 역시 도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안전 사각지대인 셈이다.

특히 골프 인구가 급증에 캐디 구인난이 찾아오면서 일부 골프장은 골퍼가 카트를 직접 운전하는 '노캐디 플레이'(셀프 라운딩)을 도입하고 있다. 이래저래 안전 사고 위험성은 커지고 있지만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골퍼 뇌사 사고에 캐디도 극단 선택

자료=소비자보호원
자료=소비자보호원
18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4시 15분쯤 경기 용인시 아파트 1층에서 50대 여성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용인시 골프장 캐디인 A씨는 나흘 전인 12일 오후 전동카트를 운행하던 중 커브 길에서 옆쪽으로 넘어지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40대 이용객 B씨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고인이 평소 갖고 있던 장기 기증 의사를 따르기로 했고, B씨는 지난 17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발생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카트 운전자가 사망함에 따라 A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할 방침이다.

다만 골프장 직원 등을 상대로 안전 관리 책임 여부 등에 대한 조사는 이어갈 예정이다.



◇골프카트 사고 얼마나 발생하나

골퍼 A씨는 지난 1일 경기 용인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캐디가 A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후진하다가 충돌한 것. A씨는 종아리 부분을 부딪혀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 A씨는 라운딩 후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어 배상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경기 안산시의 한 골프장에서 50대 여성 B씨가 골프카트에 깔려 정강이뼈와 발목이 골절됐다. B씨는 전치 16주의 상해를 입었고 카트를 운전한 캐디는 경찰에 입건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국 골프장에서 발생한 카트 사고는 총 1421건이다. 연도별로는 2017년 209건, 2018년 203건, 2019년 284건, 2020년 361건, 2021년 364건이다. 5년 평균 매년 284건의 카트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월평균 24건이다. 가벼운 접촉 사고는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고 발생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유형별로는 충돌사고가 5년간 1079건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사고 294건, 전복사고 54건 등이다.

카트사고로 인한 부상자도 같은 5년간 1244명이나 된다.

2021년 8월에는 경기도 광주의 한 골프장에서 카트가 뒤집히면서 여성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2018년 8월 충북 제천 소재 골프장에서는 노캐디 이용객이 직접 운전하던 골프카트가 오르막길에서 전복돼 5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설마 설마'…안전불감증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골프카트는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로 불린다.

수도권 골프장 등에서 8년 째 캐디로 일하고 있는 정 모씨(35·여)는 "고객들이 공을 찾는다며 카트길을 태연하게 걸어다닌다"면서 "사전에 아무리 경고를 해도 들은 척도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캐디 B씨는 "강원도나 충북, 경기 북부 골프장의 경우 산을 깍아 만든 곳이 많아 카트 도로의 경사가 급하다"면서 "카트 손잡이 등을 꼭 잡으라고 경고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4월 내놓은 골프장 안전실태 조사 결과를 보자. 소보원은 골프카트 및 카트 주행도로 중심으로 위험성을 살펴봤다.

우선 골프카트는 자동차관리법 등에 따라 자동차 등록 및 안전·성능기준 준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골프장 내 카트 도로 또한 도로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국내 골프장은 경사·굴곡이 심한 산악지형 코스의 비중이 높으나 국내에 보급된 골프카트의 약 30%가 1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차량으로 지적됐다.

소비자원은 국내 골프카트 관련 안전사고 언론 보도 내역도 살펴봤다. 그 결과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골프카트 전복·추락·낙상사고 등으로 최소 5명이 이용객과 근로자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상자도 6명이 발생했다.

특히 '노캐디' 제도를 운용하는 골프장이 증가함에 따라 골프카트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객의 안전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국가전자상해감시시스템'(NEISS)에 등록된 사고사례 연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간 약 15만 6040명이 골프카트 관련 사고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김화균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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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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