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5일 엿갈린 행보를 보였다. 정부·여당은 '제1연평해전 승전 24주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굳건한 안보 확립"을 약속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6·15공동선언 23주년' 관련 일정을 소화하며 "남북 평화 협력"을 강조했다. 국론이 반으로 쪼개진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연평해전 승전 24주년을 맞아 SNS에 올린 글에서 "1999년 6월 15일은 휴전 이후 처음 발생한 남북 간 해상 교전에서 우리 군이 큰 승리를 거둔 날"이라며 "북한은 서해에서 꽃게잡이 어선 통제를 빌미로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투에 나섰던 우리 해군 장병들은 북한 경비함정들을 제압하고 NLL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의 뜨거웠던 호국정신은 후배 장병들에게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6·15 선언 23주년보다 제1연평해전 승전 24주년에 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6·15 선언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공동선언이다. 선언에는 △통일문제 자주적 해결 △남의 연합제안과 북의 연방제안 공통성 인정 △인도적 문제 해결 △경제협력 및 민간교류 활성화 △후속대화 규정 등의 내용과 김 전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을 담고 있다.6·15 선언 이후 이산가족방문단 교환, 남북장관급회담,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구성 등 남북관계 개선 절차가 본격화됐다.
윤석열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어진 남북 평화 프로세스를 '북한의 선의에 기댄 가짜평화'로 규정하고 북핵 확장억제 등 국방력 증강과 억지력 강화 등에 중점을 둔 대북정책을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6·15 선언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압도적인 힘만이 적에게 구걸하는 가짜 평화가 아닌, 진짜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역사적 의미가 무색하게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도발과 핵 위협은 한반도를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핵 도발 의지를 단 한 번도 꺾은 적이 없다는 점과, 최근 남북 관계가 사실상 후퇴를 거듭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윤 대통령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건 반국가행위'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15 남북정상회담 2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남북 정상 한반도 평화를 위해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615 공동선언, 오늘이 바로 23주년 기념일"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두 정상의 만남이 반세기동안 이어진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민족사의 새장을 열었다"고 평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 대표는 "공동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의 시금석이자 뿌리"라면서 "6·15의 기적은 10·4선언이라는 옥동자를 낳았고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강대강의 대결적 정책이 반복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말길까지 막히고 군사적 긴장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현 정권 집권 이후 한반도 평화와 지역안정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는 중국·러시아 관계가 악화돼 대한민국의 경제 이익, 안보이익과 배치된다"면서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 대결적 편향 외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평해전과 관련해서는 강선우 대변인이 별도의 서면 브리핑에서 "조국의 바다를 지켜낸 영웅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북한에도 경고한다. 즉각 백해무익한 군사적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사건 모두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6·15 공동선언은 현 시점에서 의미를 다시 평가하고 평화를 얘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남북대화의 성과가 없었지 않느냐. 그 과정에서 북한이 핵을 개발했고 미사일을 개발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3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한 뒤 함께 참관한 국민들에게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