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문화차이로 국내 노동자들의 불편이나 불만이 생겨나고 있고, 작업장에서는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외국계 노동자와에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국내 한 대형 조선소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최근 조선소 현장 상황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정부가 최근 조선소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잇따라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로인한 또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단기간에 투입되면서 기존 인력과 새로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 간 갈등이 커지는가 하면, 내·외국인 근로자끼리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오히려 공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조선소에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가 무단으로 도망가는 사고도 발생하면서 조선소 외국인 인력 투입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13일 현대삼호중공업에 따르면 이달 기준 현대삼호중공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약 25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삼호중공업 소속 노조원 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삼호중공업지회에 따르면 현재 소속 노조원은 약 21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삼호중공업의 정규직 노동자는 약 3600여명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 정규직 근로자의 70% 수준에 이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는 당초 조선소 내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왔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법무부와 함께 조선 분야 외국인 인력에 대한 비자심사 실적을 발표하고 2000여명의 외국인 인력을 현장에 투입한 바 있다.
정부는 조선업계 요청을 반영해 용접공·도장공에 대한 연간 쿼터제를 폐지하고 고용업체 업력 기준을 3년에서 1년으로 완화하는 등 외국인력 비자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기업들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원활한 정착을 돕기 위해 여러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외국인 지원센터를 운영중이며,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를 리모델링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출신국 메뉴를 주말마다 기숙사 식당에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조선소 현장 직원들은 밀려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단기간에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면서 기존 내국인 근로자와 문화적인 갈등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근로자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무시하는 한국인 근로자들도 많다"며 "동남아 출신이 많다보니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기껏 업무에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HD현대중공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태국 국적 외국인 근로자 7명은 근무를 시작한지 일주일 여 만에 출근을 하지 않았으며, 현대중공업 협력 업체 소속인 나머지 2명도 비슷한 시기에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외국인 근로자 30여명이 울산조선소로 출근하지 않아 해당 출입국·외국인청이 이들의 행방을 쫓기도 했다.
외국인 근로자 투입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인력을 받다보니 생산 공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다른 조선소 근로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준비 없이 작업에 투입하면서 생산현장에서는 오히려 엇박자가 계속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조선소 외국인 노동자 투입이 늘면서 내국인 노동자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조선소 용접공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