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분야 삼성전자 업무 지원
경계현 "엄청난 혁신 올 수도"
 
LG AI, 이미지·영상까지 이해
현대차, 생산공정 적용 '품질↑'
HD현대·포스코도 앞다퉈 도입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8일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8일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전환 트렌드가 급격히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안에 지식 검색과 번역, 요약, 회의록 정리 등의 기능을 갖춘 맞춤형 AI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보다 산업별 디지털 전환과 기업의 AI 활용이 더뎠던 국내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을 필두로 AI 도입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연내 GPT-3.5 수준 이상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도입을 추진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열린 임직원 대상 강연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하는 일에 엄청난 혁신이 올 수 있다"며 "국내 전문 기업을 통한 맞춤형 AI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오는 12월 기본 서비스를, 내년 2월에는 회사 지식이 포함된 전문 검색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구매·경비 등 업무 프로세스 자동 응답, 공정·설계·제조 등 전문 지식 검색, 제조·공정 데이터 요약, 번역, 문서 작성, 회의록 녹취·요약, 시장·업체 분석, 코드 생성·리뷰, 고객 소리(VOC) 대응 등 총 9개 분야에서 임직원의 업무를 지원한다.

경 사장은 지난 9일 연세대 강연에서 사내 챗GPT 사용과 관련해 "챗GPT는 최고의 지성"이라며 "지금 당장은 못 하는데 내년부터는 어떤 방식으로든 쓸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초거대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엑사원은 원어민 수준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이해한다.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사소통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다룰 수 있는 멀티 모달리티 능력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AI 기술을 생사 공정에 적용하면서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오는 2025년 하반기부터는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로보택시나 무인배송로봇 같은 목적 기반모빌리티(PBV)를 양산할 계획인 데 머신러닝(기계학습)·AI 기술을 적용한 설비 자동화를 도입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로봇개 '스팟'을 활용한 관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으며, 주 데이터센터(IDC)에서 현장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스팟의 업무 상황 전반을 컨트롤 하는 기능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지역에 스팟을 투입할 수 있어 효율성에 안전성까지 확보하게 된다.

포스코는 AI 등을 적용한 스마트 고로(용광로)로의 전환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제선(고로에 철광석, 코크스, 석회석을 넣고 열을 가해 선철을 만드는 과정) 공정에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예측·관리하도록 했고, 도금 공정에서는 딥러닝을 이용해 제품의 강종·두께·폭·조업조건과 목표도금량을 스스로 학습해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신기술을 적용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년간 발생한 산업재해 데이터를 학습한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사고 유형별 발생 확률을 매일 예측해 그 결과를 각 부서로 전달하는 현장 안전 신기술로, 중대재해처벌법 등과 관련해 산재 예방 장치를 강화했다.

CU는 AI 컴퓨터가 기존 상품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상품별 적정 재고량을 자동으로 산출해 상품 운영의 편의성을 돕는 '스마트 발주 2.0 시스템'을 도입한다. 담배 등 일부 제품에만 적용하던 것을 음료, 주류, 스낵, 라면 등 상온 식품을 비롯해 비식품류에 이르기까지 약 4000여개 제품으로 확대 적용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은 향후 도입할 디지털 기술로 AI를 최우선(67.5%)으로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AI 도입 기업의 77.8%가 성과를 창출했고, AI 도입으로 기업 매출은 4.3% 증가했다고 밝히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AI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45개국 803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내놓은 '미래 직업 보고서 2023'에서는 75% 이상이 '향후 5년 이내 AI기술,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에 대해 "기업 생존의 문제"라며 발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AI는 이제 당위적·범용적 기술이 돼 산업과 기업, 그리고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AI 기술을 통한 사업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별 경영 전략 조직과 직무 단위별 활동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성공 사례를 참고한 세부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AI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고 기업 활동 규제를 없애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박은희·장우진·김수연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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