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도입한 신외부감사법 보완에 나선 가운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직권지정 사유를 줄여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주요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감사인 지정제는 직권지정과 주기적 지정으로 구분된다. 직권지정은 회계부정 위험 등 27개 지정사유 발생 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이다. 한편 주기적 지정은 회계부정 위험과 관계없이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회사가 6년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하면 이후 3년간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과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감사인의 낮은 독립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개정시 직권지정사유를 11개에서 27개로 대폭 확대했다. 지난 2020년부터는 주기적 지정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그러나 상장회사 중 지정감사를 수감하는 기업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짐에 따라 감사인 간 품질경쟁이 저해되고, 지정감사인의 과도한 감사보수 요구 등 권한남용행위 문제가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정비율이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감사인 지정제도를 보완한다. 우선 회계부정과 관련성이 낮거나, 경미한 감사절차 위반에 따른 지정 사유는 폐지하거나, 과태료 등으로 대폭 전환한다. 특히 회계부정위험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짐에도 전체 직권지정사유의 약 25%를 차지하는 재무기준 미달사유는 법령개정을 통해 폐지할 계획이다.
다만 주기적 지정제는 시행 후 3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까지 정책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불충분한 점을 감안해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책효과 분석을 위한 데이터 확보 시점에 개선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감사 부담도 완화하기로 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계처리를 사전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르게 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말하며 주로 전산시스템을 통해 구현된다.
우선 최근의 경영실적 악화 등을 고려해 자산 2조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에 대해서는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기를 2024년에서 2029년으로 5년 유예한다. 다만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도입 준비를 대부분 마친 점을 고려해 계획대로 올해부터 도입한다. 예외적으로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유예를 신청한 기업에 한해 최대 2년간 유예를 허용한다. 아울러 중소 비상장 회사(자산 1000억~5000억원)가 신규 상장하는 경우 내부회계 관리제도 외부감사를 3년간 유예한다.
표준감사시간과 관련해서도 기업과 감사인 간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감사투입시간을 결정하는데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일반적·평균적 감사시간(업종별)으로, 3년에 1번씩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를 통해 재조정한다.
우선 공인회계사회 회칙 및 행동강령 등 관련 규정에서 표준감사시간이 강행규범으로 오인될 수 있는 관련 조항은 폐지해 가이드라인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한다. 또한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15명)의 중립성 제고를 위해 그동안 공인회계사회장이 추천한 '회계정보이용자' 위원 규모를 4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고, 추천기관을 공인회계사회장에서 금감원으로 변경한다.
이밖에도 주기적 지정제가 당분간 존치되는 만큼 지정감사에 따른 감사품질 제고효과는 유지하되, 지정감사인의 지위를 이용한 권한남용행위와 감사보수 증가에 따른 부담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주요 회계제도 보완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하위 규정개정을 통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연내 마무리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도 조속한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