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돈없이 은행 대출로 지어
1주일만에 수억원 대출 끌어써
8개동 올렸지만 연체 계속되자
3개동 경매결정, 2개동도 압류
세입자, 보증금 다 받기 힘들듯



'갓물주'의 몰락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한 빌라에서 전체 14세대 중 12세대가 한 번에 경매에 나왔다. 소유주는 모두 동일인물로, 인근 지역에 같은 이름의 빌라 건물 8개동를 소유하고 있다. 이미 3개동은 경매가 결정됐고, 2개동은 압류돼 향후 줄줄이 경매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상도동 A빌라(5차) 12세대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다. 세대별로 적게는 1200만원, 많게는 1억2000만원까지 담보가 설정돼 있어 경매로 팔린다 해도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 건물의 소유주는 B씨로 인근 지역에 같은 이름의 빌라 총 8개동, 약 100세대를 본인과 가족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A빌라 1차를 지은 뒤 2021년까지 1년에 1~2개동씩 새 건물을 올렸다.

건물이 모두 지어지면 세대별로 담보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본인 돈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몸집을 키웠다. 새 건물을 올리기 전 세금체납이나 채무로 인해 몇몇 세대에 압류가 들어왔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건물이 준공된 뒤 불과 1주일 만에 수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지난해부터 B씨의 세금 체납과 대출 상환 연체가 이어지면서 결국 금융기관은 집을 경매에 넘겼다. 한 금융기관은 B씨의 건물 3채에 대출을 해줬지만 결국 연체가 계속되면서 올해 2채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다.

B씨의 가족 명의로 된 건물 2채는 신탁사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돈을 갚지 못해 신탁사 두 곳을 전전하며 대출금 '돌려막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B씨 건물의 압류 이력을 보면 2019년부터 자금에 문제가 생긴 정황이 있었지만, 그는 이후에도 3채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결국 빚을 통해 늘린 건물은 줄줄이 경매에 나올 전망이다. 이미 지난 2월 3개동에 대한 경매가 결정됐고, 2개동은 가압류됐다. 가압류 이후에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결국 이마저도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 나머지 3개동 중 2개동도 소유권이 신탁사에 넘어간 상태이고, 1개동 역시 다른 건물과 비슷한 담보가 설정된 상태다.

자본 없이 늘린 건물들이 줄줄이 경매에 들어가면서 피해는 해당 주택 세입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받기 전 대출을 받으면서 세입자들은 배당 선순위를 잃게 됐다.

세입자들은 경매 낙찰 금액 중 기존 은행 대출금을 뺀 금액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빌라 기피 현상 등으로 유찰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여기에 각종 채무 관계로 권리해석도 어려워 경매에서의 인기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찰이 거듭될수록 낙찰 금액도 떨어지고,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도 그만큼 줄어든다.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세입자들끼리의 다툼도 발생하고 있다. A빌라 1차 세입자가 2차에 가압류를 걸고, 2차 세입자는 다시 3차, 4차 건물에 가압류를 거는 식이다. 가압류를 걸어도 낙찰금액이 적고, 금융기관이 1순위 배당을 받아가면 세입자는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입자들끼리 가압류 전쟁을 벌이며 얼굴을 붉히고 있지만 실익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호황기 당시 사업자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대출을 통해 건물을 늘려온 만큼 비슷한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문제가 됐던 '갭투자'와 비슷하지만, 건물의 경우 세대 수와 규모가 더 커 피해자들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서울의 한 빌라촌. 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한 빌라촌.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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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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