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점차 줄어들던 무역수지 적가 규모가 5월에 들어 다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석유제품 수출과 중국·베트남에 대한 수출이 부진하면서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수출입 실적을 평가하고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무역현안 관련 언론 간담회를 열었다.
무협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24억달러, 수입액은 367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1%, 15.3% 감소했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43억달러 적자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과 수입은 전년 대비 13.5%, 6.6% 줄어 무역수지 29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4월과 비교해 1~5월 실적은 수출입 감소폭이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교역액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1월(11.9%), 1~3월(6.9%), 1~5월(6.0%) 등으로 점차 감소 추세라는 게 무협의 설명이다.
5월까지 반도체·석유제품, 중국·베트남 수출이 가장 부진했다. 이달의 경우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감소했고, 석유제품은 33.0% 줄었다. 중국·베트남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23.4%, -15.7%였다.
가공 단계별로 보면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부진이 지속됐다. 반도체 수출은 1월(-44.5%), 2월(-42.5%), 3월(-34.5%), 4월(-41.0%), 5월(-35.5%) 등이었다.
4월까지 반도체 수요가 높은 중국(-28.5%), 베트남(-28.2%), 홍콩(-43.8%), 대만(-38.5%)을 중심으로 중간재 수출이 20.5% 감소했다.
반면 소비재는 미국(39.9%), 캐나다(39.3%), 독일(76.3%)을 중심으로 수출이 25.9% 증가했다. 이는 환율 상승과 자동차(43.8%)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1∼4월 한국의 총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3.4%로 하락했다. 이 수치가 15%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 급감은 한국 총수출 감소에 60.4%의 영향률을 기록했다고 무협은 설명했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주요 기관들이 올해 4분기에는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2분기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감산효과에다 중국의 리오프닝 본격화 등으로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 추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는 지금 좋은 상황이고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서 이 추세로 갈 것"이라며 "하지만 어떤 변수들이 작용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하반기 상황도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한국무역협회 제공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무역현안 관련 제3차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